한국에자이와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의 '치매 생태계 세미나'
2025년 8월 12일, 글로벌 제약기업 '한국에자이'가 주최하고 사람을 통한 문화디자인을 지향하는 '내 마음은 콩밭 협동조합'이 주관한 '치매 생태계 세미나' 2회 차가 온라인 공간 줌(Zoom)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치매 친화적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지난 19일까지 총 3회에 걸쳐 진행됐다. 사전 등록한 시민은 누구나 줌을 통해 참여할 수 있었다.
이날 열린 세미나에는 치매 당사자, 돌봄 가족, 보건의료 전문가, 지역사회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여해 치매 돌봄 현장 경험과 제도적 과제를 공유하고, 공존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할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주제는 '환자와 가족'이었고, 홍종석 서울 강동구 치매안심센터 팀장이 '치매 공생사회 실현을 위해서'를 주제로 발제한 후 치매 돌봄 가족 나정민씨가 '치매 환자와 오래 함께 살아갈 가능성 발견하기'를 주제로 토론했다.
개인적으로 치매에 대해 생각하면 두려움이 밀려온다. 혹여나 미래의 내가 그 질병에 걸려서 그 누구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다가 떠나진 않을지 걱정된다. 절대로 걸려선 안 되는 무서운 질병이며, 걸리게 되면 내 인생은 그 즉시 끝난단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안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발제에 나선 서울 강동구 치매안심센터 홍종석 팀장은 <치매는 처음이지?>라는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고, 치매공생사회 실현을 위해서, 치매가 있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2010년부터 치매안심센터에서 근무 중인 그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인식 개선 및 사례 관리 업무를 언급했다. 치매에 걸린 분들, 그중에서도 취약한 분들을 지원해 드리는 사업인데 한계점이 많아서 후견 제도 관련 활동도 하고 있다고 했다.
<치매는 처음이지?>에는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책에 대해 좀 더 찾아봤다. 그는 치매 진단을 받거나 치매가 의심될 때 많은 가족이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공통의 고민을 마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매 진단 전후에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복잡한 절차, 제도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가족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안내하고자 했다고 했다.
발제에선 '치매공생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다양한 치매 친화적 사례가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이 과연 한국의 현실에 접목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고민도 깊어졌다. 그 질병을 단절이 아닌 연결의 계기로 만드는 일, 과연 가능할까. 지난 세미나에서도 치매공생사회와 관련해서 좋은 제안은 많았다. 그렇지만 과연 그 질병을 마주하고도 정말 인간답게 살다 갈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치매인과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좋은 사례에 대해 듣다 보니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단 마음은 커졌다.
그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고령 인구가 계속 늘고 있고 고령으로 인한 돌봄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나 알지만 그 상황을 마주하기 전에는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일이 터진 후에야 많은 질문이 밀려온다. 이건 만화 <부모님이 쓰러졌다>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유료 양로원과 자택 돌봄, 둘 중 어떤 선택을 하든 정답은 없다.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현상 유지도 괜찮다. 고민 중인 가족에게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고 다투는 가족에게는 다툴 시간이 필요하다.
시설에 입소한다고 해서 다시 못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원하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간병 방법은 가족에게 가장 좋은 걸로 선택하면 된다. 현대의 사람들은 치매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 두려움, 걱정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치매친화사회를 위해서는 치매가 있어도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존중하고 배려하는 환경이 필요하고, 지역사회에서 특히 그렇다고 한다. 지원할 수 있는 행정 인력도 중요하고, 이웃이나 자원봉사자, 노인일자리사업자 등 이웃의 안부를 확인하는 지지체계도 필요하다.
이 모든 걸 통틀어 '사회분위기'라고 하는 것 같다. 치매친화사회가 되기 위해선 제도적 부분도 중요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치료약은 없고 자식들이 돈을 모두 가져간 후에 시설에 넣는다는 공포심만 만연한 현재의 사회분위기를 생각하면 이번 세미나와 같은 공론화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60세 이상 치매 유병자 중 97.2%는 경도 치매와 중증도 치매로 지역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지지체계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치매공생사회, 치매가 있어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마트에서 무엇을 살 때 느리고 실수가 있더라도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친절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2025년이 되니 한국사회는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서로를 돌보는 시스템을 만들고 사회적 공동체를 형성해야 나도 돌봄을 받을 수 있고 고독이나 고립사도 방지할 수 있다.
홍 팀장은 우리 사회도 이전보다 고령 인구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치매 관련 이슈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사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 일본에선 민생위원이나 주민들의 공동체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데 우리도 동네 수명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지역 치매인들의 안부를 확인할 때 이 문제는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치매가 와도 살고 싶은 대로 즐겁게 사는 건 중요한 일이다. 지역사회에서 상담해 보면 치매에 걸렸으니 당장 돌봄 서비스부터 고민이라고 한다. 그러나 당사자가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치매 돌봄 가족 나정민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치매 환자와 오래 함께 살아갈 가능성 발견하기 정도일 것이다. 엄마에게 치매가 생겼다. 그래서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서 치매 진단을 받았으나 그 질병을 마주할 경우 변화를 인정하는 게 참 어렵다. 그래서 메모 등 기록도 어머니가 병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고 서로의 감정이 불편해지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서울의 한 터미널에서 길을 잃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휴대폰 위치 공유 서비스를 유용하게 사용했고 집에선 홈캠으로 도움을 드렸다. 그러나 잘 지내시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약을 못 챙겨 드시거나 TV 켜는 법을 잊어버리시는 등의 사건이 생겼다. 노인복지관은 거부하셨다. 그나마 방문 요양서비스를 길게 이용했다.
종교 공동체의 도움이 꽤 주요하게 작용했다. 성당에서 음식 준비를 돕고 가톨릭 여성회관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미사도 다니면서 루틴한 일상을 보낸 게 꽤 큰 도움이 됐다. 다만, 그 시간은 선의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공백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에 늘 걱정의 마음이 들었다.
요양보호사에겐 간단한 산책과 생활 지원 등만 도움 받았다. 그마저도 요양보호사의 성향에 따라 달랐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교구들도 아동용 색칠하기 등이라 적합한 도구인지 의문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생활 속 문제들이 종종 있었다. 전화기, TV, 홈캠 등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는데 전원을 끄거나 멀티탭을 꺼서 모두 꺼지는 등의 사건도 있었다. 주변 이웃을 통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았다. 젊은 누군가가 있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진 않았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온 누군가가 물건을 파는 일도 있었다. 피싱 사기에 가까웠는데 전화를 받고 의심 없이 주소까지 알려주고 결제해서 휴대폰이나 브랜드도 알 수 없는 화장품이 배달되는 사건이 있었다. 돈 관리가 어려워져서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어머니는 요양원에 입소하셨는데, 그 계기는 코로나 이후 상태가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성당도 더 이상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지 않아서 버릇처럼 가다가 헛걸음을 하는 일이 생겼다. 가스 사용도 어려워지고 전기 포트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는 위험한 사건도 있고 해서 결국 요양원에 입소하게 되었다.
요양원은 단조롭고 활동에 제약이 많아 수시로 집안을 다니고 냉장고나 TV를 껐다 켰다 하던 사소한 일상이 사라져서 할 수 있는 일이 더욱 없어지게 되었다. 면회실에서 잠깐만 볼 수 있었고 외출도 어려웠다. 그 이후 가족에 대한 기억도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외출이 어려워지며 고립에 익숙해졌다. 그것들을 생각할 때 요양병원 입소를 늦추고 직접 돌봄을 하지 못 했다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오늘에 와서 생각해 보니 어미니에게 진단 단계에 맞는 활동 공간이나 교육이 있었으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익숙한 공간에서 안전한 돌봄을 받았다면,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좀 더 오래 지난 삶의 기억을 가지고 살 수 있었을 것 같다.
치매 환자가 스스로 살아갈 곳을 선택하고 돌봄의 형태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면 좋겠다 다양한 돌봄 방식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당사자의 이야기는 무겁고 핵심적이었다. 그대로 옮긴 것만으로도, 이걸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치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그저 옮긴 것만으로도, 세미나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
한국에자이와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에 대해선 이번 세미나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치매 생태계 세미나는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 곳이 잘 활동해 주길 바라며 더 많은 소식을 알 수 있는 블로그 링크를 공유한다.
한국에자이 나우 블로그 https://m.blog.naver.com/now_eisai
내마음은콩밭 협동조합 블로그 https://m.blog.naver.com/kkongb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