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여자의 아름다움 이야기
"잠들기 전에 꼭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었어요"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중-
그토록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감흥 없는 현실 속에 애타도록 불러보는 아름다움이라는 존재
그 아름다움만이
나를 온전하게
나를 살아있는 존재로 증명해준다는 것
그 아름다움에 대한 존재 여부를
엄마가 되고서야
느낄 수 있는 최초의 예술적 감성이라는 걸
누가 알까
그래서 늙은 엄마일수록
아름다운 것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내 최초의 예술적 감성을 꺼내 보지도 못한 채
마음속에 품은 채로
꼬꾸라진 늙은 엄마
늙은 엄마가 되고야
사무치게 슬퍼지지 않으려
오늘도
애써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엄마의 카톡이
왜 그리 슬펐는지
이 문장을 보고서야 알았다
"잠들기 전에 꼭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었어요"
자기 존재에
대한
구원의
몸부림
그 최초의 시작은 우리 집에 올 때마다 화병에 꽂힌 꽃을 바라보며
"꽃이 이쁘다. 넌 항상 꽃을 사더라"
라는 말이 내 귀에 맴돌면서부터다
내가 꽃을 사기 시작한 건 셋째를 낳고부터다
나 역시 숨쉴틈 없는 육아와 집안일에 허덕이며 어떻게든 나의 아름다움을 찾고 싶어 몸부림쳤다
그 아름다움이 난 꽃이었고 꽃을 사고 화병에 담아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좋았다
꽃 같지 못한 내 현실이 꽃을 보면서 잠시라도 꽃의 그 아름다움을 잠시라도 느끼며 팍팍한 내 현실을 잊어보는 것, 그게 나의 아름다움이었다
여자에게 꽃이란 게 그러지 않을까 싶다
늙은 엄마에게도 역시나 꽃은 그랬다
아름답고 싶고 아름다움을 보고 싶은 아름답지 못한 늙은 엄마
꽃 이후로 엄마의 아름다움은 크림 파스타였다
어느 날 엄마가 전화가 와서 크림 파스타를 어떻게 만드냐고
"난 그게 참 맛있더라 지금 그게 먹고 싶어"
라는 엄마의 말
'엄마가 크림 파스타를 좋아했구나...'
그건 내가 자신 있는 음식이니 언제든 오라고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 이후 카톡으로 온 메시지는 그냥 가슴이 뭉클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쓰고 있는 중에도 눈물이 난다
떡볶이가 먹고 싶다며 딸에게 카톡을 보내는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엄마의 마음을 전해준 게 너무 고마워서 그래서 눈물이 났다
엄마가 용기 냈구나
엄마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꺼내보고 가져보려고 하는구나
예순여덟이 되고서야 엄마는 자기를 찾기 시작했구나
엄마의 찾고자 하는 아름다움을 통해
엄마가 더 자기다워지고 자기다움으로 남은 여생을 기쁘게 살아가시길 바라본다
여자에게 아름다움은 그 여자다
그 여자가 아름다움을 갖출 수 있는 건
얼마나 자기로서 느끼고 살아가는 지다
여자로 태어나 살다
오랜 시간을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게 되는 여자
꼭 어느 순간 아름다움 그 자체의 날 것인 여자를 만나는 때는 누구나 한 번씩 도달한다
그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을 꼭 이루어내길
미루지 말고 감추지 말고 용기 있게 아름다움을 쟁취해 나가길
특히 늙은 여자에게 아직은 젊은 여자가 간절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