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밸런스
삶과 마음의 밸런스, 내가 마구 위로 올라갔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가족에게로 향하도록 일이 생긴다. 이번 주가 그런 때인가 보다. 크고 작게 해결해야 될 집안일이 여기저기 터진다. 예전 같으면 내가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 빨리 해치우려 애가 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가족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 시간이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오는 걸 아니깐 말이다.
오늘은 미라클 모닝 8일차인데 안미라클모닝이다. 어제 7살 막내가 '엄마, 왜 자꾸 밤마다 사라져?'라며 엄마에게 눈을 흘긴다. 안그래도 미라클모닝 시작하며 막내가 새벽에 자꾸 깨고 큰아이들까지 덩달아 잠이 깨어버려 방학인데 7시도 안돼서 일어난다. 이래 버리면 미라클모닝이 아닌 육아 굿모닝일 뿐... 아무튼 어제 막내의 말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눈 뜨니 6시 10분이다. 오 마이 갓! 의식이 날 안 미라클모닝하게 했구나. 하면 하고 말면 말고 할 거면 제대로하고 제대로 안 할 거면 안 하는 극단적인 소유자이지만 이번만큼은 아이 마음에 기울기보다는 내 마음에 무게를 더 실으며 목표한 2주를 채울 것이다.
다음날 8시도 안돼서 막내 유치원 확진자 소식이 공지에 뜬다. (조리사 선생님 확진으로 오늘 하루 휴원) 제발 추가 확진자가 나오질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과 그에 따라 감당해야 되는 몫, 덩달아 불필요한 감정까지 딸려오지만 여러 상황 가운데 유연함 가지기, 그리고 느슨해도 되는 부분은 잠시 놓아주기, 스스로 마음을 다독여본다. 그런 의미에서 아침에 고열량 프렌치토스트를 나에게 허락한다.
삶의 기울기가 아이들에게 몰릴 때는 아이들과 복닥이는 공간에서 오히려 나만의 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나름의 룰을 정해서 그날 상황이나 내 컨디션에 따라 조정하는 편인데 오늘은 오전은 온갖 집안일, 나머지 시간은 책 한 권 완독 하는 걸 목표로 삼아 본다. 오늘 하기로 계획했던 브런치 글 작성까지 이뤄보자.
목표가 있으면 상황에서 자유로워지고 전진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일을 감당해야 하는 엄마로 사는 일은 특히 삶의 밸런스를 스스로 맞추지 못하면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다. 육아라는 섬과 나라는 섬 사이에서 방향 감각 없이 이리저리 휘몰아치다 보면 여기저기 숨어있는 감정의 암초에 부딪히고 만다. 그 감정의 암초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암초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지만 요리조리 피해 가며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 육아라는 섬은 어쩌면 내 삶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되는 건 없다. 이리저리 부딪히며 여기저기 부서져봐야 항해하는 나라는 배를 고쳐나가기 시작한다. 고치고 나면 항해를 할 수 있고 방향감각 없이 떠돌기만 하는 최후를 경험했기에 비소로 나침반을 챙기고 나침반을 기준 삼아 그제야 제대로 된 항해가 시작된다. 육아라는 섬에 머물다 또 나라는 섬에 머물며 즐거운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한동안 나라는 섬에 정박을 오래 했는데 역시나 이번 주 정박할 곳은 육아의 섬이었다. 육아라는 섬은 특히나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놓이게 된다. 그 변수 가운데 마음이 덜 요동칠 수 있었던 비결은 의식의 흐름을 내가 아닌 가족에게로 옮기는 것, 의식의 흐름은 상황이 아닌 내가 쥐고 있는 것. 그 흐름의 주도권을 잡고 있지 않을 때 우리는 상황에 엮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대한 스스로의 해석이 마음을 어지럽게 만든다. 막내 유치원 조리사 선생님 확진 외, 동생반에서 확진자(조리사 선생님과 별개) 막내 같은 반 친구 아빠의 확진 소식(먼저 말해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 전화해서 말해준 막내 친구 엄마, 다행히 아빠만 확진되고 나머지 가족은 음성) 그 와중에 큰아이 학원 같은 반 친구의 확진 소식이 줄줄이 온다. 같은 반이라 신속항원검사 통해 음성이 나와야지 학원 출석 가능하다고 한다.
매사 예민한 큰아이는 이미 막내 유치원 이야기에 이미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하고 있는 상태라 뜸을 좀 들인 후에 학원 확진자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보건소 가서 검사를 할 건지 자가진단키트로 할 건지 선택의 결정권을 주고 아이의 선택을 기다렸다. 자가 진단하고 싶다는 말에 집에 자가진단키트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후다닥 보건소로 가서 아이들 몫 자가진단키트 수령하고 오고 가는 길에 자가진단키트를 더 구입했다.
명절 지나고 회사에 제출해야 했던 남편 자가 키트 할 때는 쳐다도 안 봤는데 아들은 결과 나오기까지 두근두근하며 지켜보는데 다행히 한 줄이 나온다. 아들은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급 해맑아진다. (6학년인데 무척 해맑은 아이다)
아이들 일에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좋은 기회의 소식이 도착했다. 안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이용해야 할거 같은 생각을 하는 중이었는데 신기하다. 다행히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서 본업이었지만 지금은 부캐가 된 일을 다시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 스스로 쌓고 있던 틀을 부수는 과정의 결과다. 그 틀에 여전히 갇혀 있었다면 기회가 되어도 별별 핑계를 갖다 붙이며 날려버렸을 것이다. 최종 결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미 내 환경은 세팅을 완료시켰다.
요즘 유튜브를 통해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쉬어 온 본캐의 일을 다시 하려고 마음먹은 결정적 이유도 유튜버의 강력한 조언 덕분이다.
삶의 자리를 이동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 한때 머물렀던 내 자리였었지만 오랜 단절로 인해 육아의 자리가 내 자리인양 익숙해져 버린 엄마들에게는 특히나 그렇다. 그래서 내 자리일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자리에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지금의 안정과 편함을 다 뒤엎어야지만 그 자리가 비로소 내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액션은 취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갈등 중이다. 하지만 안주하려고 하는 그 마음에 자리를 주진 않을 거다. 나의 새로운 자리를 찾을 것이고 그렇게 내 삶의 자리를 이동시키므로 얻게 될 내, 외적인 것들을 쟁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