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만을 요구하는 아내

부부 이야기

by 진주

남편과 한동안 냉전 중이었다. 가장 큰 요인은 내 마음 같지 않은 남편이었다. 매번 결국 굴복하는 남편이 이번에는 웬일인지 강경자세로 나온다. 어라? 그래? 그럼 나도 내 식대로 나가리! 하는 마음으로 대하니 전보다 냉전기간이 꽤 오래갔다. 결국 남편 쪽에서 백기를 들기는 했지만 항상 뒤끝은 아내로서의 다짐과 심기일전이다. 물론 마음처럼 남편을 대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 한계에 매번 부딪치기는 한다. 그런데 오늘 불현듯 그 한계에 대한 답을 찾았다.


바로 그것은 아내로서 나는 남편에게 항상 모든 것에 정답만을 요구했다. 우리 관계에서 성립된 정답이 아닌 내 기준과 내 방식에서 도출된 정답 말이다. 나와 전혀 다른 남편에게서 어찌 나에 부합하는 정답이 나오겠는가?! 그러니 매번 도로아미타불이요, 내 식대로 어떠한 노력도 그다지 큰 효과가 없었던 거다.


이것 역시 우리 두 사람의 기질 차이다. 매번 정답을 찾고 정답을 원하는 이성적인 머리와 정답은커녕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감성적인 남편과의 어긋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특히나 주관이 굉장히 강한 성격에 나만의 기준이 확고하고 그 기준 또한 만족을 모르는 내 성격에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인 남편이 맞을 일이 없다. 애초부터 잘못된 조합인 것이다. (결혼을 후회하는 발언이 아니다. 물론 없지 않지만 기질적으로 평행선을 탈 수 없는 관계임을 강조하고 싶다.)


내 기준에서 남편의 삶은 그 어느 부분도 정답스러운 구석이 없다. 그러니 그런 남편을 보면서 못마땅한 나는 남편에게 자꾸만 정답만을 들이밀며 이렇게 고쳐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어쩌면 오답을 고치라는 것 그 이상 오답노트까지도 강요했을 거다.) 특히나 그 요구는 온갖 잔소리로 포장되어 사사건건 남편에게 정답을 요구하고 니가 틀렸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막상 쓰고 보니 서로 참 피곤했겠구나 싶다.)


오늘도 여전히 남편의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잔소리가 자동적으로 나오는 내 모습을 보며 오히려 그 반응에 내가 한 말이 자꾸 내 목에 가시처럼 걸렸다. '아 또 반사적으로 반응했구나, 왜 이렇게 쉽지 않지?' 했는데 결국에 나는 정답만을 요구하고 강요하는 아내였기에 정답스런 자동 반응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던 거다.


의지적으로 내 말에 제동을 걸어 남편을 대한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말이 먼저 나가버리고 바로 인지된다. 아차, 하지만 이미 말은 내뱉어졌다.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내 의지도 정당함을 느껴야지만 자동반사적으로 나가지 않고 제동이 걸린다.


바로 그 제동이 옳고 바른 정답만을 요구하는 나란 아내인 것이다. 오 마이 갓! 나에게 남편이란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옮고 그름, 틀리고 맞고만 있을 뿐이었고 그것만을 요구했다. 물론 남편도 한 고집 하는지라 아무리 내가 옳고 그름을 따지고 들고 '넌 틀리고 난 맞았어'라고 할지라도 열에 아홉은 꿈쩍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둘 사이의 긴장감 도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끝없는 투쟁은 매번 기빨리는 부부관계 이상 나가지 못했다. 왜 우리 부부관계가 그토록 피곤했던 건지 이제야 알겠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인정하지 않았던 걸까?)


새로운 국면이다. 주말부부인 우리 부부가 어쩌면 자주 볼 수도 있는 사이가 되는지라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오늘 이 빡치는 깨달음을 통해 어쩌면...


그 뒷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내 일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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