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진주서평 02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by 진주

당신에 유년시절의 따뜻함은 무엇인가요? 여기 유년시절의 따뜻했던 날들로 인해 외롭지만 외롭지만은 않고 약하지만 약하지만은 않은 작은나무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안에요.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최소한 10여년은 진심 어린 한 사람이 필요하다.
한 순간이라도 그런 사람이, 사랑이 이 세상에 있음을 느끼고 믿어야 한다.
그 힘으로 내 안의 소중한 나를 확인하고 느낄 수 있다.
그 힘으로 수십번,수백번 쓰러지려는 순간에 다시 일어설 것을 나는 믿는다
<그 아이만의 단 한사람/권영애>


20여년이 지나 책장에서 다시 꺼내어진 빛바랜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 아이만의 단 한사람' 구절이 생각났어요. '작은나무에게는 단 한 사람도 아닌 두 사람, 그 이상의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렇기에 홀로가는 작은나무의 마지막 여정이 외롭지만은 않아서 다행이고 삶의 어렵고 힘든 순간마다 꺼내어 마음을 데울 수 있는 따뜻했던 날들과 말들이 작은나무를 큰나무로 만들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흐뭇하게 책장을 덮었답니다.


이 책을 다시 만나게 된건 지역 카페에서 함께 하기로 한 북클럽 덕분이에요. 북클럽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계신 몇몇분을 모시고 제가 직접 진행을 하게 되었는데 가볍게 소설로 시작하는게 좋을듯 해서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한분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추천해 주셨어요. 저는 분명 언젠가 봤던 책인듯 해서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살피니 역시나 책장에 오래 빛을 보지 못하고 눌러 붙은채로 있더라구요. 기억에 20대 초반이나 그 전에 샀던 책인듯한데 오랜 세월 동안 자기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더라구요. 이렇게 저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 시절을 견디다 저에게 할 이야기가 있을 이순간에 짠 나타나 준거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읽으면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새 책 보듯 흔책을 읽어 나갔답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부모를 잃고 할머니, 할어버지 손에 맡겨진 작은 나무의 성장일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삶의 혜안까지 오래된 세월의 이야기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도 전혀 거부감없이 오히려 머릿속에 자연을 그리며 또 그 자연에 대한 소망을 품고 지금 이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갈 방도를 제시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를 보며 진정한 부부의 면모도 엿보게 됩니다.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라는 것이 알면서도 새로웠고 남편과 살면 살수록 어긋나는건 이해의 그릇을 키우기 보다 이해의 조건을 달려고만 했었다는 걸, 그리고 '이해가 되야지 이해를 하지'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이해하지 않을? 이해하지 못할? 타탕성에만 근거를 두려 했다는 것을 할머니의 지혜를 통해 배웠어요.


이해라는 것이 사랑이고 관심이라는 건 부부사이뿐 아닌 모든 자연과 세상사에도 적용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연을 해치는 건 어쩌면 자연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고 세상사에 불화가 얽히는 것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잖아요.


책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고아원 목사님이 타당한 이유없이 작은나무의 등을 피가 나도록 때린 장면이에요. 아이 키우는 엄마이기에 그 부분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을까요? 타당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작은 나무는 그냥 그 순간을 견뎌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일깨워준 지혜의 말을 마음으로 새기면서 말이죠.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이해의 조건이나 이유보다는 그 순간을 자기 혜안으로 견뎌내어 맞서는 것, 어쩌면 그것이 작은나무가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최고의 유산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그 이해되지 않은 순간을 묵묵히 견딜수 있었던건,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비롯된 수많은 이해의 순간을 작은나무는 경험을 했거든요. 한없는 사랑과 한없는 이해를 받고 자란 아이는 견딜수 없는 순간을 견딜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을 저절로 가지게 되어요. 물론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용기내어 맞설 힘도 낼 수 있구요.



<내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에는 할아버지,할머니,작은나무 외에도 많은 등장인물이 나와요. 그 등장인물과 엮인 사건,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할아버지,할머니의 인생 지혜, 그리고 그 등장인물의 서사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인간군상을 경험하게 되는 책이기도 해요.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스토리를 알아야 하는데 그런면에서 다양한 등장인물에 스토리는 가끔은 가슴이 너무도 아프기도 하고 이해도 되며 또 그 오래된 시절에 그렇게밖에 될수 없었던 안타까움까지 여러 감정선을 경험하게 한 책이에요. (저는 이런면 때문에 소설을 잘 읽지 않아요. 감정이입이 잘 되는 편이라 보고나면 여운이 너무 깊어서 헤어져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거든요)


이 책은 여러 인물뿐 아니라 문상 비둘기, 늑대별 등 자연 동식물에 대한 의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더욱 재미를 돋는답니다.

늑대별(큰개자리에 속하는 별로 일명 시리우스라고도 함. 겨울 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항성이다.
-옮긴이)
어떤 사람이 죽었는데 세상천지를 통틀어 그를 기억해주는 사람도 없고 울어주는 사람도 없을 때 그 사람을 위해 그리워하고 슬퍼해주는 게 바로 문상 비둘기라는 것이다.


거의 막바지쯤 속상한 마음에 책장을 덮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보려 어제 마무리를 했는데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나무의 이 한마디 때문에 말이죠.



아픈데 아픈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 너무 많은 시대에요. 몸의 아픔은 약이 넘치도록 많지만 마음의 아픔은 모르고 지나거나 모른척 지나도록 바쁜 시대인거 같아요. 이럴때 가만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 마음을 읽어줄, 혹은 내 아픈 마음에 따뜻한 한마디의 위로를 전해줄 책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아닐까 싶어요.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영혼의 따뜻한 날들로 채워가는 날이 되기를 소망하며 이 책을 당신께 추천합니다.




keyword
이전 01화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