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 이야기 하려구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요. 연애때도 할게 없어서 극장에 몇번 가본게 전부랍니다.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는 아이들 영화관 나들이를 위해 보호자로서만 극장을 다닐 뿐이구요. 그런 제가 영화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블로그에 영화 이야기를 하는 블로거님 덕분이지요. 이웃인 팝콘님이 떠오르네요. 영화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화도 책 그 이상으로 이야기거리가 많을거 같더라구요.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쉽게 영화에 손을 못 대고 있었는데 마침 인스타 이봄님 피드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후기를 읽고는 내가 봐야 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바로 모나지라 회원들께 SOS를 치니 모나리자 제일 큰언니인 해파리님께서 함께 보자고 하십니다. 야호! 설렘과 기대 가득, 한편으로는 러닝타임이 2시간이 넘는 영화를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싶지도 했지만 무색할 만큼 너무 잘 보고 왔다지요.
영화를 잘 보지 않아서 영화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집니다. 그래서 제 느낌 위주로 이야기할께요. 우선은 모든 장르를 섭렵한 듯 살짝 유치하며 허무맹랑한 요소가 너무도 많아요. 하지만 뒤로 갈수록 감독이 천재아닌가? 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장면과 내용이 많았어요. 딱 중화풍스럽기도 했구요. 영화를 잘 보지 않지만 여주인공 양자경은 알아요. 세월에 녹아든 주름이 참 곱다 느꼈네요. 원래 성룡을 생각하고 만든 영화라던데 양자경이 훨씬 잘 표현한거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성룡이 주인공이었으면 안봤을거에요. 저는 여주인공이 느끼는 삶에 대한 애환이나 고민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거든요.
주인공은 50대로 나오는데 50대의 삶도 40대인 삶과 별다를바 없이 치열하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했어요. 치열하게 40대를 지나고 있다보니 50대에는 여러모로 안정되지 않을까 싶은 소망을 품고 있는데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걸로 만족하자 싶네요. 적어도 후회많은 20대~30대와는 다르게 정말 열심히 잘 살아내고 있는 40대이니깐요.
주인공 역시 삶에 대한 후회가 많아요. 많은 선택지와 그리고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까지 말이죠. 당면한 삶이 치열할수록 지난 시절 선택하지 못했거나 안했던 것들이 후회의 화살로 돌아오는 건 당연한 거 같아요. 그 화살이 현실를 더 옭아맨다는 것도 모른채 그저 선택하지 못한 지난날의 후회를 품고 현실을 살아가게 되는 거죠. 어쩌면 미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기반 삼아 과거의 아쉬움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그 현실도 언제가는 과거가 되고 또 미래였을텐데 말이죠.
사람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누구나 품고 사는 거 같아요. 살아내고 있는 그 길도 분명 스스로 선택한 것일텐데도 말이죠. 어떠한 길이 되었든지 나 스스로 나로서 살아내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나 스스로 타당성을 가질수만 있다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히려 미래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부부에게 저희 부부 모습이 참 많이 보였어요. 억척스러워 보이는 집안의 가장같은 아내와 가장이지만 가장스럽지 않은 가벼움의 남편, 그림이 그려지시죠? 아내눈에 남편은 철이 없게만 보입니다. 저 역시도 그래요. 동갑부부인데 남편은 막내,저는 장녀인지라 남편 하는 짓(?)은 다 철딱서니로만 보입니다. 영화에서 보면 결국엔 서로의 살아가는 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뿐이었어요. 철없어 보이는 남편이 보이는 행동은 아무 의미없거나 철이 없는 것이 아닌 자신만이 삶을 견뎌내는 방식이었던 거죠.
영화를 보니 저는 너무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구나 싶더라구요. 반면 제 남편은 태평스러워 보이지만 그 역시 그에 맞는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구요. 철이 없고 태평해서가 아니라 말이죠. 같은 모양의 삶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접근이 달랐을 뿐이에요. 정답이 있을 수 없죠. 사람이 다르니 겪어내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뿐.
오늘 같이 영화를 본 해파리님은 50대 초반이세요. 확실히 앞서 먼저 살아본 지혜가 있어서인지 해파리님의 한마디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었답니다. 혼영을 매주 하실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 영화보고 난 후 같이 이야기 하면서 정리도 되고 조언도 해주셔서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마지막 여주인공은 남편의 말처럼 다정함을 보여줍니다. 저는 그 부분이 불편하게 다가왔어요. 저는 남편에게 다정함을 건낼 자신이 아직은 없거든요. 한편으로 생각해 봅니다. 아직 내 우주가 연기나게 진동할 만큼 치열하지 않기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알지 못하지만 이미 부부간의 다정함이 서로 오가며 한번씩 쌓인 치열함을 사그라들게 하는지 말입니다.
사실 얼마전에 남편이 돈봉투를 내밀었어요. 요즘 남편을 바라보는 표정이나 말이 전혀 곱지 않았거든요. 물론 대부분 그렇습니다만... 특히나 제가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로 힘에 부치다보니 몸과 마음이 여유가 없어서 남편에게 여력이 없기도 했고 저는 남편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요구하는데 남편은 그저 자기 방식대로만 저에게 다정함을 건내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통하지 않는다 생각하니 생각한게 돈봉투입니다. 여름에도 돈봉투를 한번 내밀었다지요. 사실 기분이 나빠서 받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렇게 떼우려고 하는 남편이 얄미웠거든요. 그런데 오늘 해파리님이 남편은 남편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정함을 건낸건데 그걸 거부하면 남자는 다른 방법을 찾기보다는 포기해 버린다구요. 고민하다 돈봉투를 받은것이 다행이다 싶으면서 뭐 하나 사고 고맙다고 덕분이라고 해줘야겠다 마음 먹었어요.
삶은 곧 고통이자 전쟁같지만 그와중에도 의지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안전함을 느끼게 되지 않나 싶어요. 다만 그 울타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들 모두가 다정함을 서로 주고 받아야 하고 말이죠.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치열한 50대를 살아가는 현실에 갖힌 여자의 자아가 파괴되며 이루지 못하고 선택하지 못한 무수한 여러 우주를 경함하게 되므로 진정한 자아를 되찾고 그로인해 자신이 버텨낸 삶이라 여기며 살았지만 결국에는 그 버팀목에 남편의 다정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이루지 못한 우주가 되어줄 딸의 어긋남은 그 우주에서 헤어나오게 하는 빌미였던거죠.
모든 개인은 하나의 우주라고 했던 거 같아요. 개인들이 모여 우주를 이루며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다정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다정함이 사라질때 충돌은 피할 수 없고 말이지요. 서로의 우주를 지켜주기 위해 둘 다 파괴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쩌면 삶에 당도한 여러 선택지에서 좀 더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책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임없는 내 선택에 대한 후회는 타인에게로 화살이 갈 수밖에 없으니깐요.
초반에는 웃다가 황당했다가 결국에는 울고 나오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삶이 치열하다 느껴지는 분께 권합니다.
참 개인적으로 음악도 참 좋았어요. 음악을 하는지라 자연히 배경음악에 귀가 가기 마련인데 장면에 맞게 편곡된 여러 클래식곡들이 극적인 효과를 더 주더라구요. 배경음악 선택마저도 천재적인 감각을 느꼈답니다.
우리나라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도 꽤 괜찬을거 같더라구요. 이참에 영화에 쏙 빠져볼까봐요. 주말에 영화관 나들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