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님의 한마디

by 진주

조금 전 버스를 타고 듣게 된 버스 기사 아저씨의 '지겹다 정말' 한마디가 울린 울림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한마디 내뱉으시더니 차를 급히 세우시고 뛰어오는 승객에게 문을 열어주시네요. 어린이었습니다. 그래서 젊은 기사님은 별말없이 태워주시네요. 아이가 아니었다면 별다른 말을 하셨을까요?


별다른 말을 하셨던들 그 말은 피어오르지 못할 자신의 푸념을 그저 공중에 띄운 것에 그쳤을 겁니다. 그 푸념을 상대방이 받아친다면 또 다른 푸념이 될게 뻔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정도에서 기사님이 자신의 푸념을 가라앉힌 것이 다행이다 싶습니다


문득 '지겹다 정말'에 제 지겨움이 떠오릅니다. 제가 지겹다 말하는 순간은 해도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때 입니다. 바로 육아관련이지요.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고쳐지지 않은 아이들 저지레에 지겹다 소리가 자동적으로 메아리 쳐지지요.


그저 내 심정 한마디로 토해낼 뿐 그것을 해내야 하는 몫은 여전히 스스로에게 남습니다. 그럴때 지겨울 수밖에 없죠.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깐요. 푸념을 내뱉는다 한들 그것은 그저 푸념일뿐이기에 힘을 내지 못합니다. 운이 좋다면 누군가 그 푸념에 응해주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지겨운 것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 속에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엄마의 말은 '지겹다 지겨워'입니다. 자신의 애씀으로 어느하나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할 수 있는거라고는 그저 온 호흡을 실어 한마디 내뱉는거 뿐이었죠.


푸념 한마디에 불가하지만 그 푸념의 근원일지도 모르는 저는 엄마의 감정을 고스란히 마음으로 받아냅니다. 먼 훗날 제가 아이들에게 그 푸념을 내던질지도 모른채 말입니다. 차라리 '지겹다 지겨워'에 감정을 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제 삶이 지겨워지지 않았을까요?


삶은 달아없어질때까지 돌고도는 지겨움의 연속인지도 모릅니다. 그 삶이 조금 천천히 달아지도록 한다면 지겨움이 덜해질까요?


온전히 혼자서 떠받치고 있는 무게감을 조금이라도 푸념으로 날린다면 그 푸념을 누군가 조금이라도 들어주기라도 한다면 삶은 덜 지겨울지도 모르지요.


제가 탄 버스는 제가 내리는 곳에서 모든 승객이 내리고 한가롭게 제 갈길을 갑니다. 기사아저씨의 무게감이 좀 덜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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