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이 괜시리 몽글몽글하다. 내일 큰아이 초등학교 졸업식이라 그런가? 기억나지? 딱 큰애 7살때 셋째가 태어났잖아. 두아이 예정일이 같아서 신기했는데 막내는 좀 일찍 태어나서 4월생일이 되긴 했지만 말이야. 차라리 단 며칠이라도 차이가 나는 거 나은거 같아. 괜히 서로 손해 볼 수 있으니깐. 부모 마음이야 한번에 해치우는 게 속편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거만큼 억울한건 없을듯 해. 덕분에 난 2주 사이에 생일잔치를 두번이나 해야하는 수고로움을 떠안게 됐지만 말이야.
셋째라서 그런지 위로 큰 아이들과 워낙 다른 기질이라 그런지 셋째는 그냥 보기만 해도 이뻐 죽겠어. 오늘 아침에 늦잠 자고 일어나서 웃으며 나오는데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꼭 할머니가 손주보는 거 마냥 '이쁜 내새끼'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그러다 문득 큰아이가 떠올랐어. 큰아이 딱 7살때 셋째를 낳았으니깐. 7년전 큰아이도 이렇게 이뻤나 싶으면서 내가 지금 막내만큼 큰아이를 이뻐했었나 싶더라? 아마도 그러지 못했겠지? 셋째 태어나고 주말부부로 혼자 세아이 육아하며 셋째 돌전까지 정말 전쟁같은 나날이었으니깐. 태생이 의젓했던 큰아이는 7살답지 못하게 동생들을 건사하느라 그 나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까 싶은 생각이 드니 그냥 눈물이 났어. 지금도 의젓하기만 한 큰아이는 대견하기도 하지만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이거든. 알잖아? 우리 큰아이 속 깊은거 말이야. 혹여나 둘이나 되는 동생에 치이거나 책임감 가질까 되도록 큰아이로서 큰아이다운 요구를 하진 않았어. 아이 성향을 아니깐, 그 요구가 아이에게 억압이나 족쇄가 될거 같았거든. 하지만 워낙 타인을 잘 살피고 속 깊은 아이라 부모가 요구하거나 바라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 그게 참 아쉬워. 하지만 한편으론 그 아이의 성향이고 그 성향이 곱고 선한거니 나쁘다고만 할수는 없지. 다만 아이 스스로 자신을 먼저 지키면서 다른이를 살피길 항상 이야기는 해. 항상 너가 먼저라고 말이야.
사실 요즘 아침저녁으로 초4 둘째 딸이랑 신경전이 있어. 이제 사춘기 들어서려고 그러는지 정말 다른 인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둘째 기분변화가 극심해. 어제 간식으로 와플을 시켜줬는데 둘째가 와서 보자마자 불만스런 말을 마구 내뱉더라? 둘째 성향이 워낙 부정적이라 그 점이 항상 걱정인데 어제는 나도 화가 났지. 아침 저녁으로 신경전에 시달리다보니 참았던게 폭발한거지 뭐. 기분 좋지 않게 한 소리하고 나는 수업하러 나와버렸어. 차라리 이럴땐 일하는게 속편한 거 같아.
저녁에 오니 딸이 먼저 사과하더라구. 항상 똑같은 패턴이야. 그래서 그려려니 해. 그런데 큰아이가 학원 다녀와서는 '둘째가 엄마한테 사과했어?' 하며 자기가 둘째한테 사과하라고 그리고 엄마한테 짜증내지 말라고 그랬다 하더라. 큰아이는 되도록 엄마 말을 수긍하고 허용하는 편인데 반해 둘째는 항상 어긋나고 막내는 어긋나긴 하지만 결국에는 엄마 편에 서는 아이잖아. 나로서는 아들들은 편한데 딸은 좀 버겁지. 사실 딸이 초내향에 예민한 성격이니 더 그렇지. 반면에 모난 구석 없는 듯 큰아이는 엄마 입장에서 참 편한 아이긴 해. 그래서 아마도 7년전 그때도 모나지 않게 엄마를 살피고 엄마를 도와주려 했을거야. 엄마 마음이 읽어지는 아이니깐. 그래서 7년이나 지나버린 큰아이의 7살이 참 아프다. 막내의 해맑디맑고 이쁜 7살을 마주하면 더 아파.
모든 엄마들이 큰아이에 대해 갖는 감정이 이런류일까? 동생이 있는 큰아이는 아이라기 하기 보다는 엄마의 보조자로서 엄마의 구실이 되어주는 역할을 태어나면서부터 짊어지게 되는게 아닐까? 나 역시 장녀로 자라서 알게 모르게 부모님에 대한 부담이나 장녀로서 구실을 놓으면 안될거 같은 책임감에 시달리기도 하거든. 물론 워낙 독립적인 엄마 덕분에 그 책임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순간순간 엄마의 전화 한통이 나에게는 부담이 되긴 하거든.
며칠전 수업중인데 엄마한테 계속 전화가 오는거야. 수업중이라 받을 순 없고 쉬는 시간에 전화를 하니 엄마 한다는 말이 홈쇼핑 보고 있는데 김치 주문하고 싶어서 나한테 전화한거래. 전화를 잘 안하시는데 전화를 여러번 해서 나는 걱정스런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 무색하게 허탈해지더라. 엄마는 내가 수업중인거 나중에 알았다고 하시긴 했어. 그런데 그 이전에 엄마 자신의 당장의 요구보다 딸의 상황을 좀 헤아리시진 못할까 아쉽더라. 독립적인 엄마도 나이가 드실수록 의지하려고 하는 게 부쩍 보여. 난 그게 마음의 부담으로 짐처럼 느껴지고 말이지.
모든 장녀나 장남이 떠안겨 주지 않아도 스스로 떠안게 되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 7살의 큰아이를 내 마음속에서 놓지 않고 또 다른 나이의 큰아이 모습이 아련하지 않도록 말이야. 언제든 엄마는 기댈 수 있는 존재고 마음의 쉼이라는 것을 말이야. 내가 떠안게 된 장녀로서 마음의 짐이 아닌...
내일 큰아이 졸업식인데 지금 울고 말아야겠다. 아마도 큰아이의 자라남 보다는 그 아이 자람속에 같이 자리한 엄마로서의 내 모든 희노애락이 실린 눈물이겠지.
아낌없이 사랑한다고 해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엄마 마음인가봐. 괘씸하다가도 애잔해지는 관계는 부모자식 관계 말고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듯 해.
이제 졸업이라고 12시만 지나도 하교하는 큰아이 올 시간이다. 세상에 먹을게 많아서 살맛나고 행복하다는 아들 위해서 맛있는 간식 준비해 줘야겠다.
추신:큰아이가 간식 먹으며 하는 말이 뭔줄 알아? '엄마 내일 졸업식에서 울거야?' 이런다! 울라는 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