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매일 읽고 쓰기/9

by 진주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작년 한해는 겪을 수 있는 인생의 모든 문제를 겪었습니다. 연초부터 시작해서 마음의 짐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듯 여기저기에서 문제들이 팡팡 축포를 터트렸지요. 가장 오랜된 친구들이 안타까월 할 정도로 말입니다. 마흔 이후의 삶은 내 뜻과는 상관없는 일련의 일들이 자주 생깁니다. 진짜 어른으로서 감당할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었을까요? 불혹이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았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더니 오히려 세상에 현타 맞은듯 정신 혼미해져 그동안 맞다고 자부했던 신념들마저 흔들릴 지경이었습니다. 저자의 어른의 삶을 사는게 서글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처절하게 느낀 한 해였습니다.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그 서글픔 속에 그 어디에서도 안온함을 느끼지 못한채 차가운 바닥에 가만 누워있는 듯한 서늘함은 저 자신을 참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초라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만한 것이 누군가의 더 불행한 이야기에 기대게 되는 저 자신을 보며 인간의 치졸함마저도 느끼게 되었고 말입니다. 인간이 그렇더라구요. 그렇게 남의 불행에 기대어 내 행복 한자락 얻어내려는 본성, 탓할 수 없고 손가락질 할 수도 없는 그저 안타까울 뿐인 본성이지요.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인생사로 서글퍼 외로움이 사무칠때 전혀 뜻하지 않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타인의 한마디 또는 눈빛이 서글픈 가슴에 한줄기 빛으로 심어진 순간 있으신가요? 저는 딱 한번 강렬하게 있습니다. 어지럼증과 이명으로 재작년 병원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했었습니다. 결과는 어지럼증과 이명보다는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계의 무너짐이었습니다. 그 당시 시댁과 남편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기는 했지만 제 몸이 망가질 정도로 힘든지는 몰랐습니다. 약을 지으려 약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중년의 약사님께서 신경 안정제가 처방되었다며 무조건 마음 편히 하시고 푹 쉬시라고 하시는데 순간 눈물이 울컥했습니다. 나도 알지 못하는 내 어그러진 마음을 병원 검사를 통해 알게되고 그 어그러진 마음 잘 추스르라고 고운 마음 담아 이야기해 주시는 약사님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병원에 나와서 남편에게는 전화를 하고 싶지 않았고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오래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이상하게도 약사님의 한마디 만큼 위로가 되진 않더라구요. 아마도 내 불행에 아무도 상관없이 그 불행을 불행 자체로 가만 보아줄 이는 전혀 모르는 타인이었겠지요? 타인은 어쩌면 가장 편견없이 날 것 그대로를 보게도 하고 보여주기도 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불혹 이후 여러가지 어려운 난관 속에서 제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것은 그럴수도 있지였습니다. 주관이 워낙 뚜렷하고 대쪽같은 면이 있는 성격이라 이해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골머리를 자주 앓거든요. 그저 한마디 '그럴수도 있지'하면 모든 것이 먼지처럼 가라앉게 되는데 그 먼지를 굳이 떠안으며 스스로 재채기를 일으키며 살았던 거죠. 그 재채기에 해를 입는 건 순전히 자신일 뿐인걸 미련스런운 해를 입고야 알게 된 저입니다.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는 것처럼이라는 문장이 얼마나 사이다인지 말입니다. 삶은 아름다워야 하고 삶은 풍요로워야 하고 삶은 의미야 있어야 한다 떠들지만 진짜 삶은 구질구질한 권태를 끌어안고 아름다움 한자락 욕심내어 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걸 구질구질한 권태스러움의 삶을 살아내다보니 알겠더라구요. 그럼에도 삶이 아름다운건 내일이 있고 내일이라는 선물이 매일 주어진 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일이 오리라는 사실을 의심할 여지없이 오늘을 지나신다면 구질구질하고 권태롭지만 오늘을 잘 살아내신겁니다. 오늘을 잘 살아내신 스스로에게 아름다움 한자락 건내보는 밤 되시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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