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외할머니가 갑작스레 사고를 당하시고 하루이틀만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후 이번 주말 엄마 모시고 남편과 외할머니 병원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과 한우를 사서 먹은 이야기를 했다.
한우를 사게 된 연유가 난데없이 둘째가 "엄마, 우리는 한우 먹을 형편이 안되지?"이러는 거 아닌가? 엥? 한우만 먹이고 키운 건 아니지만 한우를 못먹었다고 느낄만큼 안사준건 아닌데 아이가 갑자기 왜 그런말을 하는지 내심 의아했다. 아이에게는 "하은아, 우리 한우 자주 먹는데 왜? 한우 먹고 싶었어?"라고 했지만 내심 엄마 자격지심에 아이가 진짜 한우가 아닌 물질적인 부분에 결핍을 느껴서 그런소리를 하나 괜시리 마음에 걸렸다.
그랬서였는지 보란듯이 한우를 먹을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싶었는고 마침 아이들이 아팠어서 몸보신겸 한우를 사줘야겠다 생각하고 마트를 갔는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듯 한우 50% 카드행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주에는 남편이 올라오지 않았기에 아이들 먹을 양만 20만원어치를 사고 결제는 반값인 10만원을 결제했다. 내심 20만원어치 고기값은 좀 후덜덜했는데 반값이라니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날따라 고기기 어찌나 꿀맛이던지 말이다. 나야 물론 아이들 구워주며 한두점 맛보는게 다긴 하지만 그래서 더 꿀맛이었는지 맛있다 소리가 계속 나오긴 했다. 이렇게 한우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삼아 친정엄마에게 한 것인데 조용히 운전석에서 듣고 있던 남편은 마음이 달랐나보다.
남편이 지방 현장이라 하루 전날 미리 출근을 하는데 나 없을 때 큰아이에게 고기 먹을 때 엄마도 주라고 했다며 큰아이가 이야기를 전해준다. 고기 안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냐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아빠가 올라올 때 한우를 사오겠다며 엄마랑 꼭 같이 먹으라고 했단다. 순간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생각해 보니 주말내 남편이 한 행동이 이래서 그랬구나 싶으니 괜시리 마음이 시큰했다. 그 시큰함이 미처 느끼지 못한 나의 엄마로서의 희생을 의미한건지 남편에 대한 애정이었는지는 정확히 가름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일요일에도 일을 하는 나 대신 아이들을 낮에 봐주고 늦은 오후에 일을 마치고 오면 그간 미뤄둔 낮잠 자기 바쁜 나인데 오늘은 남편이 지방으로 내려가기 전에 설거지도 다 해놨다며 난데없이 스킨쉽을 날리고 그렇게 떠났다. 왜인지는 남편이 가고 큰아이와 밤늦은 시간 단둘이 남아 각자 공부를 하던 중에 아이는 아빠 이야기를 전해준 것이고 말이다.
안그래도 친정엄마와 할머니 병원 다녀오는 길에 엄마가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먹고 싶은 걸 이야기하라고 하시더니 남편은 자기가 사겠다며 계속 고기 이야기를 했다. 저녁에는 배부르게 먹지 않은 편이라 생각이 없었지만 엄마와 남편이 성화를 내니 집근처 먹자골목에 가서 밥 먹을 곳을 찾는데 주말에다 8시가 넘은 시간이니 자리도 없고 재료 소진으로 마감인 곳이 대부분이라 그냥 다음에 먹자하며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떄 남편이 자꾸만 소고기를 찾던 이유(난 그것도 모르고 왜 자꾸 소고기 타령이냐고 짜증을 냈다)도 왜 그랬는지 큰아이덕분에 알게 되었으니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또 다르게 해석이 가능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사실 남편과는 소통이 되지 않는 편이라(물론 내 일방적 입장에서 말이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상 난 알아먹질 못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진짜 진심이 무언지 내 추측으로만 알 뿐인데 난 항상 어긋나는 편이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그리고 내심 한우이야기를 듣고 엄마도 남편과 같은 마음이었을까 싶으니 괜히 죄송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느라 고기를 안 먹는다기 보다 나는 충분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즐기는 편(커피와 디저트가 대표적)이라 아이들에게 더 유익한 것은 그냥 아이들 몫으로 여겼던건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엄마도 그랬다. 맛있는게 있으면 안좋아한다거나 배부르다거나 했었다. 우리 엄마도 말이다. 그리고 남편 역시도 말이다.
미련퉁이같은 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그게 전부인양 생각해 버리는 사람이라 그렇게 사랑을 알아차리지 못했나싶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랑의 언어만을 전달하는 엄마와 남편에게는 한우가 필요했던걸까? 그 사랑의 큐피트가 되어준 큰아이의 이야기도 말이다. 돌고돌아 결국 사랑은 전달이 되었으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