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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Nov 08. 2023

진주서평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걸

        



        

손화신 작가님은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몇년전부터 새해목표가 장롱면허 탈출인 1인으로서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안읽을수가 없었답니다. 더군다나 전작과 전혀 다른결의 책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딱이었구요. 마침 인스타에서 이벤트로 올라왔기에 참여를 했는데 운명처럼 당첨이 되어버렸네요?! 올해 장롱면허 탈출을 위한 시그널은 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올해 비전보드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운전을 포함시켰는데 역시나 목표만 세우는 것보다 비전보드를 통해서 명시하는 것이 실천에 큰 작용을 하는 것이 분명한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4 비전보드가 굉장히 궁금해지네요. 한가지 목표는 세웠는데 나머지는 아직 떠오르지 않아요. 그 한가지가 임팩트가 넘 강해서일까요? 연말연초에 진주의 2024 비전보드 기대해 주세요)


결론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전 지금 실내운전연수를 8시간 했습니다. 초반에 운전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사고에 대한 두려움)살짝 비켜간 정도이고 6시간째까지만 해도 내가 운전을 하는 것이 맞을까 싶은 마음에 유튜브로 초보운전 연수 영상을 정주행한 결과 살짝 자신감이 붙어서 그 다음 시간에는 운전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바로 실외로 운전을 해보고 싶은 욕구마저 올라왔답니다. 물론 실외연수를 하기까지 제 마음의 준비는 여전히 필요하겠지만요. 


이 책에서는 운전과 삶을 비교하며 운전에 빗댄 여러 삶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운전과 삶에 대해 풀어낸 작가님만의 서사는 나의 서사로 읽힐 정도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프롤로그에서부터 제 마음에 쿵 하고 내려 앉은 이 문장은 왜 그토록 운전이 두려웠나를 일깨워 주었답니다. 




우린 삶 위를 
그리고 도로 위를 
그 불확실성 위를 매일 달린다




불확실성, 바로 그것이 제 인생과 운전의 걸림돌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진주서평과 제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인생의 화두는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이 큽니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제 인생의 통제와도 같았고 두려움을 가중시키며 불안요소로 떠오르기에 확실하지 않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고 나만의 안전지대안에서 멈춤이었던 사람이 바로 접니다.


운전은 사실 호기롭게 시작하긴 했습니다. 겁이 많은 성격은 아니기에 운전면허를 따고 바로 운전을 시작할 정도로 자신감에 넘쳤습니다. 물론 초보 운전시절 네번의 짧은 주행마다 사고를 낼 뻔하긴 했지만요. 실제로 낸 사고는 길가에 화분을 친 정도입니다. 그리고 사고가 날 뻔한 건 크게 두번입니다. 운전면허를 통해 확실성을 얻은거 같은 제게 사고라는 불확실성이 덮쳐든것이죠. 그것도 아주 대형사고로 말입니다. 그 뒤로 전 남편이 운전하는 차에서 조차도 너무 두려워 사고가 날 뻔 했던 언덕이 나오는 도로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립니다. 하필 사는 지역이 유난히 언덕이 많은 지역이라 언덕에 대한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인생이라는 불확실성에도 심장이 뛰면서 불안이 튀어오르는 사람이 도로라는 불확실성에 뛰어든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내놓는 것이기에 더군다나 내 목숨만이 아닌 타인의 목숨마저도 해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니 저에게 운전은 그렇게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장롱면허 10년차에 접어들기 직전에 다시 용기를 낸 것입니다. 그 불확실성을 확신으로 구체화시키면 된다는 의지와 함께 말입니다. 


불확실성은 그것에 사로잡히면 답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구체화나 현실화 시키지 못한다면 일어날지 안일어날지 모르는 일과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 현실적인 불안이 아닌 심리적인 불안으로 말미암아 심적인 정지를 스스로에게 허락하게 되는 꼴입니다. 운전이 저에게 그랬듯이 말입니다. 사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잠자다 사고날 뻔한 그 순간만 떠올려도 소름이 돋을정도로 불안이 확 덮치고 들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멋지게 운전을 하며 자유롭게 곳곳을 누비는 상상을 하게 되었지만요. 





불확실성뿐만 아닌 그 불확실성에 대한 대안이 바로 '호의'라는 것을 이 책 덕분에 알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모든것을 해결해야 했던 기억은 저에게 호의라는 걸 기대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삶이던 운전이던 누군가의 호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고 나도 그런 호의를 줄 수 있다는 기대가 저에게는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책임감이 강하지만 그 책임을 함께 나누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살면서 배우지 못했습니다. 혼자 견디고 참는 삶에 너무도 익숙하게 되어버린 환경과 기질탓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착된 삶은 책임을 나누어질 수 있는 남편을 만나도 마찬가지였기에 저에게 결혼은 또 다른 불확실성에 대한 책임으로만 느껴져 결혼생활 자체를 즐기기보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굴레에 씌워져 결혼생활을 결혼생활답게 누리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 목까지 차오른 불안감은 남편에게 결혼 10년이 훨씬 지나고 남편에게 떠넘기에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이 제가 지던 책임을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기도 했지만 진작에 그러지 못하고 왜 함께 지어야 할 책임을 나 혼자 끙끙 앓았을까 자책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남편이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을 하고는 있지만 지금은 서로 함께 상의를 하며 같이 짊어지고 가는 동반자적 책임으로 변하고는 있습니다. 






도로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각자 다른차를 몰고 가지만 도로위에서 우리는 동반자적 책임을 지고 운전대를 잡습니다. 내 안위만이 아닌 도로위의 질서를 지키며 서로의 안위를 서로 짊어지는 것이죠. 도로의 무범자가 간혹 만날수도 있고 내가 겪을수도 있겠지만 선량한 도로위의 동반자는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저도 호의를 베풀수 있는 동반자로서 도로위에 함께 한다면 운전이 그리 두렵고 무섭지만은 않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자동차안이 자기만의 방이 될수 있다는 것을 책으로 배웠습니다. 운전을 못하는 저이니 자동차안에 저 혼자 있을 일은 전혀 없이 항상 운전자가 동승했으니 저에게 자기만의 방이 아닌 타인의 방에 끼어든 동행자로서만 존재했던 것이죠. 이 부분은 제가 영상을 통해 간접적 경험을 했습니다. 즐겨보는 유튜버가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50대이신데 혼자서 운전하시며 자유를 만끽하고 때론 가출도 일삼으며 도발을 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처럼 보이고 때론 짜릿한 대리만족마저 느낄 정도로 그분의 운전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유분방함을 느꼈거든요. 


제 운전의 주된 목적은 운전자 남편이 없을때에도 여행을 가기 위함이고 주말내 집안에서 식구들과 복닥일 때 자유롭게 혼자 차를 끌고 나가 자유함을 얻고자 함입니다. 진정한 저만의 방으로 만끽하고 싶은 것이죠. 






아이셋을 키우며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운전 좀 해'입니다. 아이셋을 대중교통으로 업고 이고 지고 쉽지 않게 몸고생했습니다. 특히나 언덕이 심했던 시절 하나는 아기띠를 하고 나머지 둘은 제 몸에 매달려 마을버스를 타며 심히 요동칠때는 진심으로 울고 싶었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운전을 하지 못?안?한 것은 차라리 잠깐의 고통과 설움을 겪고 마는 것이 운전을 하며 마주할 불확실성을 견디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깐요. 


하지만 이제는 저 스스로 저를 위해 운전을 하고 싶었고 또 그로 인해 겪게 될 또 다른 세상이 생각만해도 가슴 벅차오르기에 운전이 더 이상 사고로 연상되지만은 않습니다. 


내일 마지막 2시간 실내연수후에는 실외연수를 곧바로 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다고 하는 이유는 아직 실외로바로 연수를 받기에 2프로 용기가 부족해서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진주서평을 통해 부족한 2프로의 용기를 충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삶도 운전을 하는 도로 위도 불확실성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 불확실성에 나를 내던져봐야지만 확신으로 채울 수 있고 그 확신은 곧 나의 용기이자 나의 영역에 대한 연장이 됩니다. 



해보지 않을 걸해본다는 것
그건 나를 뒤집어엎을 기회다


이 문장으로 진주서평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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