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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진주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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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May 10. 2024

진주서평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신달자 묵상집


제목에 이끌리어 사 둔 책인데 정작 이 책을 보게 된 시점이 아이러니하게도 할머니 장례를 치른 직후였습니다. 80대 작가가 써 내려가는 인생 서사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손녀에게 전해주고픈 인생 지혜로서 문장마다 따스함이 느껴졌답니다. 그 이야기 오늘 진주서평으로 함께 하며 그 따스함이 여러분에게 전달되길 소망해 봅니다. 


사실 누구나 자기 나름의 한겨울이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따뜻한 봄만 있지 않다는 것을 나이들수록 깨닫게 됩니다. 오히려 겨울같은 인생에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내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봄,여름,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임에도 인생사에 갑자기 불어닥치는 시린 겨울은 몸과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버립니다. 


인생의 어느 계절을 마주하고 있으신가요? 저는 한겨울같던 시간이 흐른 후 새싹을 피워낼 아직은 꽃샘추위가 있는 초봄을 지나고 있습니다. 새싹이 피어날 것을 기대하며 꽃샘추위를 견디는 중이라고 할까요? 겨울이 지났으니 봄은 곧 오고 말거야 라는 마음으로 버텨보는 것일까요?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각자의 인생서사는 저마다 다릅니다. 서사에 감정을 더하며 인생을 더 지난하게 만들며 연민에 사로잡히기고 하고 서사 자체로써 온전히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는 무던한 이도 있을 것입니다. 노년의 시기를 걷고 있는 작가는 자신의 인생 서사를 통한 심적 괴로움을 글을 통해 토해내고 글이 만들어 낸 유희로써 삶을 견디게 하는 명약을 삼고 있습니다.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단 한번도 글을 읽어본 적도 없고 개인서사를 접한 법도 없지만 이 한권으로 신달자라는 노장의 면모를 넘치도록 사모하게 되었답니다. 결코 녹록치 않았을 인생 서사에 그녀가 붙잡고 있던 열정의 온도때문이었을까요? 저 역시 열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시인의 문장답게 구절마다 절절하게 다가오는 아픔이 서려있고 애잔함이 뭍어 납니다. 서늘한 눈물로 인생사 해석하면 좋으련만 그 눈물이 그저 한탄에 불과한 한숨밖에 되지 않으니 눈물 끝에 핏발선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눈물이 어리고 내 핏줄을 세워낼 만큼의 몸의 긴장이 곧 살아낼 힘을 주었던 것이겠지요? 불현듯 그 긴장의 끈을 놓을수 있는 순간이 언제일까 싶고 그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지 평안한 안도의 자락에 닿을 것인지 새삼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요? 피할 수 없다면 그저 스스로 힘내라는 말 위안 삼아 인생끈 부여잡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하고 때로 누군가 그저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 위로의 베개 삼아 다음날을 살아낼 용기를 내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내기 이전에 용기의 말을 스스로 건내어 보는 것, 그리고 그 말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해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은 곧 생각이 되고 생각은 곧 행동이 되니깐요. 


미치고 견디고 흐느끼고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요즘 스스로에게 되내이는 말이 어제를 살아냈으니 오늘도 살아갈 것이고 그러니 내일도 살아지겠지랍니다. 인생이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니고 그저 어제를 살아간 힘으로 오늘도 살게 되는 것, 그 이상 무엇이 있을까요? 그 이상 주어지는 것은 그저 운이자 축복인 것이죠. 


그렇게 매일을 살아내어 노장의 작가처럼 인생 서사를 묵상하듯 글을 지어낼 수만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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