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주 Sep 29. 2024

교만의 티끌

하나님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자에게는 교만의 티끌도 허락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게 하신다.


30년 가까이 반주자로 섬기면서 어린 시절에는 내 연약함에 움츠렸고 어느정도 괘도에 오른 뒤엔 무대공포증으로 어깨를 피지 못했다.


한때 지휘자 목사님이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기도해야 할 문제다'라고 하신 기억이 난다.


무대공포증을 없애달라고 담대함을 달라고 기도하는 나에게 주신 말씀은 '네 은혜가 족하다'였다.


무대공포증을 없앨 것이 아닌 그저 믿음으로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을 기쁨으로 하면 그만인 것이었다.


더 잘하고 싶고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 하나님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하나님이 쓰시고자 하는대로 순종하면 될 것이었다.


그 마음으로 기도하고 연습하며 40대 중반인 나이에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쓰실까 하는 마음으로 매주 반주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번씩 의욕이 꺽일 때마다 사람을 붙이셔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위로를 하시고 오늘같은 날은 교만의 티끌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강하게 내리치신다. 처음이었다.


이번주 평일에 예배 특송 공지가 있었고 내 담당이 아닐거라 생각하고 단체 채팅 첨부 파일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어제 한 집사님이 특송이라며 피스 악보를 건내셨고 마침 다른 반주자에게 톡이 왔다.  


특송 악보에 대한 이야기와 언니는 바로 가능하냐는 내용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이정도 악보는 바로 칠 수 있는걸?


둘다 예배 반주자이고 특송은 찬양팀 담당이었기에 그 친구가 당연히 하는거라 여겼기에 애초에 악보 첨부파일을 열지도 않았는데 피스 악보라 그랬는지 반주는 나에게 자동적으로 맡겨진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미리 주지 않으면 자기는 칠 수 없다는 것을 에둘러 언니는 바로 가능하냐 묻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이 다른 반주자가 먼저 언니 내일 수고해요 라고 마무리했고 나도 모르게 '이정도는 뭐'라는 마음이 교만을 치고 올라왔나보다.


주일 당일 한두번 연습을 마친 후에 특송 반주를 아무 지장없이 반주하다 피스를 뒷장 넘기는 순간 멘붕이 왔다.


에초에 준 악보가 복사가 거꾸로 되어서 새로 받아 다시 끼워뒀는데 그것도 모른채 처음 악보를 펼쳐놓은 것이었다. 내 불찰이다. 하지만 순간 머릿속이 번뜩했다. 아 교만했구나...


다행히 같은 클리어 화일이었기에 한손으로 대충 음을 놓지 않고 다른 한손으로 악보를 찾기 시작했다.


사실 특송 시작 전에 내 마음의 소리가 울렸다. '일류 반주자라 생각하고 부르는 자들과 합을 이뤄보자'라고 말이다. 여전히 슬금슬금 올라오는 무대공포증을 없애기 위한 나만의 내적 다짐이었지만 하나님의 일은 그런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반주는 무사히 마무리했지만 내 마음속에 강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은 뇌리에 박히며 다짐케 하신다.


나의 나된 것은 나를 반주자로 세우시고 쓰게 하시는 오직 하나님이시며 그 하나님만을 위해서 섬기라고 말이다.


그 어떤 것도 영광이 될 수 없고 오직 하나님의 예배를 위한 도구로써 겸손함으로 행하라고 말이다.


하나님의 일을 하며 무너지는 이들이 많다

특히나 크게 쓰이는 사역자 역시도 한순간에 무너짐을 당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함에 있어서 교만함은 결코 용서하지 않으신다. 교만의 티끌도 허락치 않으신다는 것.


다시금 네 은혜가 족하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떠오르며 반주자로써 겸손함으로 낮은 자리에 임하게 하신다.


오직 나를 쓰고자 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감사를 드릴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리비페이지 장편소설 추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