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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Sep 20. 2024

리비페이지 장편소설 추천

수영하는 여자들&잠들지 않는 카페




이토록 무해한 소설이 있을 수 있을까? 리비 페이지의 <수영하는 여자들> 이후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잠들지 않는 카페>를 선택했는데 리비 페이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토록 순수하고 맑은 소설이라니 말이다. 작가의 글은 곧 작가의 내면세계가 아니던가! 아쉽게도 그녀의 소설은 우리나라 스타일에는 매우 심심한 맛이겠지만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이 더할 나위 없는 개운함과 소설 속 어느 인물도 선하지 않는 이가 없고 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두 권을 읽고 난 후 이런 게 삶이라면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면 세상은 굉장히 살만할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잠들지 않는 카페>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과 인물들이지만 누구나 겪을 만하고 누구나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의 서사들이 삶을 재조명하게 만들고 이런 게 삶이라면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면 인생은 살만하지 않을까 싶으면서 인생에 대한 그리고 주변인에 대한 희망이 샘솟게 하는 작품이다. 



리비 페이지만의 소설 구조는 독특하면서도 영화 같은 전개를 이룬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서사 속에서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도를 충분히 가질 만하게 한다. 그래서 어떤 인물도 소외되지 않는 특징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인물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특히나 노년층에 대한 인물 전개는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마저 불러일으킨다.



특히 <수영하는 여자들>에 로즈메리는 흔히 볼 수 없는 진짜 어른의 면을 가진 할머니다. 여든여섯의 로즈메리는 몸의 의지는 줄어들고 있을지언정  물속의 로즈메리는 절대 나이 들지 않는 강인함을 소설 속에서 표현한다. 이렇듯 강인한 로즈메리 앞에 한없이 가녀리고 연약한 케이트라는 젊은 아가씨는 둘의 대비를 통해 균형감 있는 연대를 이루어낸다. 



누군가 자기를 이해하길 바라지만 그저 수동적 태도로써 삶을 대하고 케이트에게 삶이란 그저 닥쳐오는 것에 불과한 자신이 어떠한 영향력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류해 버린다. 자신의 삶인데 말이다. 그런 케이트가 로즈메리를 통해 자신으로 제대로 살기 시작한다. 강인한 내면의 로즈메리는 그렇게 케이트를 케이트 자신의 삶으로 인도하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리비 페이지의 소설은 다양한 관계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또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다. <수영하는 여자들>에서는 세대를 뛰어넘는 로즈메리와 케이트의 우정을 <잠들지 않는 카페>에서는 해나와 모나의 젊디젊은 우정을 이야기한다. 아마도 리비 페이지에게 우정이라는 요소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여자들의 우정을 말이다. 



특히 <잠들지 않는 카페>의 해나와 모나 이야기는 내 절친과의 스토리를 떠올리게 하면서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내비치지 못한 마음이 응어리가 되어 서로에게 상처가 되겠구나 싶다. 우정은 진실하지만 때로 거짓된 것이기도 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거짓이 진실이 되어 줄 용기가 서로에게 있다면 그 우정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것이 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을 통해 더욱 진하게 다져진 우정 이야기가 있다. 



해나와 모나는 처음부터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며 우정을 쌓지만 그 완벽이라는 기반이 서로에게 덫이 되면서 서로를 위한 마음이 거짓으로 숨어 버린다. 서로를 위하는 것이 각자에게는 상처였던 것이다. 하지만 깊고 깊게 교류하며 다져진 우정은 미움으로 얼룩이 지려할 때 다시금 서로를 향한 애정으로 물든다. 



마지막 모나를 기다리던 해나가 카페를 떠나려는 순간 독자로써 뜨끔했지만 결국엔 모나의 등장으로 둘은 눈물 지으며 포옹을 한다. 



<잠들지 않는 카페>를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서 24시간 운영되며 그곳을 드나드는 다양한 인물 속에서 인생이 보였다. 어쩌면 스텔라 카페는 인생을 의미하고 그곳을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관계들이 아닐까 싶다. 인생은 항상 비극일 수도 없고 희극일 수도 없다. 멀리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만 인생은 그야말로 희로애락이고 다만 희로애락에 대한 해석만 서로들 다르게 작용할 뿐이다. 



불행의 끝 같지만 결국에는 희망을 찾게 되고 그 희망이란 것이 때로는 자기만의 의지가 아닌 호의를 베풀어주는 그 누군가를 통해서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인생의 묘미 같다. 소설 속 댄처럼 말이다. 잠잘 곳이 없어 24시간 카페에서 몰래 쪽잠을 자며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한편으로 자신에게 따스함을 전해준 엄마를 마음속 깊이 고이 간직하며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따스하게 덥힐 줄 아는 댄은 불행하지만 불행하지 않다. 그리고 그런 댄에게 호의를 베풀어주는 아버지뻘의 전혀 모르는 남자 손님을 통해 댄은 의지적 희망이 아닌 실제적 희망을 펼친다. 



인생은 의지적 희망으로는 겨우 연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생이 지속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관계를 통해 실질적 희망 역시 필요하다. 



아기를 낳고 알 수 없는 우울감 때문에 아기와 남편을 두고 그 새벽에 카페를 찾는 모니크 역시 무언가 의지할 것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다 찾게 된 스텔라 카페에서 자신의 의지적 희망을 다지지만 그것이 결코 산후우울증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 한순간의 위로로 스칠 뿐이지. 결국 산후 우울증 진단을 받고 주변의 도움을 통해 모성을 배워나가고 배운 모성으로 큰 사랑을 실천해 나간다. 그녀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 또 한 부모가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렇게 모니크 역시 자신이 낳은 아기를 통해 삶을 알아가는 것이고 삶에서 필요한 것을 관계를 통해 채워 나간다. 



인생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두 소설의 결정적 주제이지 않을까 싶다. 관계를 통해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저 혼자 싸매고 웅크리다 결국엔 관계를 통해 그 상처는 새로운 희망이 된다. 그렇게 상처와 희망이 공존하며 순환되는 것이 인생인가 싶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이토록 무해한 두 소설을 통해 마음이 정화된다. 희망이 고플 때는 리비 페이지의 가볍지만 진실되고 잔잔하지만 힘 있는 소설을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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