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올해 유독 꿈같은 순간이 많았다. 탈없이 일상이 지속될때는 도무지 보이지 않던 평범함이 꿈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15년간 이명처럼 떠돌던 시댁 식구에 대한 의심이 확신이 되고 한몸이라는 부부로 살아도 단 한번도 내 편이라 여겨지지 않은 남편에 대한 의구심도 더 이상 내 속에서만 맴도는 소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15년간 스스로를 괴롭혀온 이명의 정체는 확신이 되고 현실이 되어 내 앞에 펼쳐졌을 적도 현존하는데 현존하지 않은거 같은 순간같았다.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같은 순간은 정말 온다. 생에 몇번은 말이다. 하필 그것이 남편이고 남편과 엮인 가족이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이제서야 다 떨궈내고나니 그 이명의 원인을 스스로 떠안고 있으며 견디려 했고 스스로 문제인양 부여잡았던 기억이 오히려 현존이고 막상 내 눈 앞에 펼쳐진 현존은 꿈같은 순간이었음을 말이다.
연말을 맞아 한해를 회고하며 되돌아보기 딱 좋은 이 순간에 비현실 같은 일상이 또 꿈만 같은 순간을 맞고서야 떠올라진다.
유난히 지루함을 뒤집어 쓰고 집안에만 포류하던 어제, 그 무료함에 물이라도 끼얹은 양 정말 별일 아닌일로 정신이 차려졌다.
빨래를 해놓고 널려고보니 빨래에 온갖 오물이 묻어 있는 것을 본 내 눈이 말이다. 빨래와 함께 딸려온 쓰레기종량제 봉투는 처참했다.
하필 쓰레기 가득 차 있는 봉투라 빨래꼴은 애매한 향기를 뿜어낸다. 세탁 도중 알림이 울린 순간이 떠올랐고 그 순간을 방치한 자신이 밉기만 하다.
다 갖다 버리고 싶지만 버리는 것도 일이라 헹굼으로 5번 설정을 해놓은 뒤 제발 쓰레기 먼지만 다 떨어져나가길 바래본다.
그러는 와중에 유튜브에 뜨는 속보에 또 이건 뭔가? 가짜 뉴스인가 싶어 실시간 뉴스 영상을 틀어보니 현실이다. 오늘 왜 이러니!
오히려 너무 안일한 현실에 정신차리라는 듯 현존으로 쓰레기 오물을 뒤덮은 빨래를 마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국가 위기 상황이라는 이 뉴스는 꿈인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은 똑똑하다, 미련해서가 아니라 별탈없이 지날거라는 얄팍한 믿음을 스스로 떠안으며 그저 누군가 나설주길 떠넘겨버린다.
내일 아침이 되면 무산되리라는 안일한 불안을 떠안고 잠을 청해본다. 물론 헹굼은 5번이상 하고 그럼에도 헹궈지지 않은 검은색 옷은 손으로 헹굼을 하고 나서다.
먼지가 제발 털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세탁기가 아닌 내 손에 의지해 내 수고를 내어본다. 내 손을 빌렸으니 당연히 먼지는 덜어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아침이 되고 당연스레 나라 일은 우선 해결이 되었고 내 손을 거친 빨래도 해결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빨래 상태를 확인하니 여전히 먼지 투성이다. 그래도 처음보다 낫다는 마음이다. 이젠 돌돌이로 직접 떼어내는 일만 남았다.
올해 그렇게 난 시댁을 떼어냈다. 하지만 한 몸 같던 남편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피보다 진한 부부의 정인가! 보란듯이 남편은 떨쳐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
상실이 무언지도 모르고 겪어낸 일들이 현실인지 조차 분간이 안되는 상실을 얻은 그는 그 덕에 더 달라붙고야 만다.
애정이라는 이름의 자기 오물을 뒤집어쓰고 말이다. 그 오물은 과연 누구 손에 맡겨질 것인가. 그 오물의 현존은 누구의 꿈인가 누구의 현존인가?
꿈처럼 오물을 뒤집어 쓰고 산 그에게 필요한 것은 현존의 사랑인건가?
이제 남은 것은 꿑같은 현실이 아닌 오롯한 현실일 것이다. 더 이상의 꿈은 눈이 부셔 눈을 시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