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은 예고없이 훅

by 진주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 입구에 일주일에 두세번은 전단지 알바(?)를 하시는 어르신이 항상 계신다. 가는 길이 바쁘니 유심히 보질 않고 그저 살짝 고개만 숙이며 전단지를 받아낸다.


오래전 언젠가 엄마와 길을 걷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분을 그냥 지나친 적이 있다. 내 입장에 전단지는 곧 쓰레기라 그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받질 않았다. 죄송한 마음에 고개만 숙이고 쓱 지나칠 뿐.


그날 엄마가 '그냥 받아줘'라는 한마디는 왜인지 모르게 마음속에 남아 그 뒤로는 다 받아준다. 심지어 일부러 주기 편하게 소심하게 다가가기도 하면서 말이다.


엄마가 잔소리처럼 퉁명스럽게 '받아주지 뭘 안 받고 그러냐'하셨다면 오히려 오기가 나서 더 안 받았을텐데 엄마는 마치 그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이 자신인양 애잔한 어조로 '그냥 받아줘'하실 뿐이었다.


오늘 늦은 저녁, 작고 아담한 할머니 한분이 전단지를 들고 계시는 모습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포착이 되어 역시나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두 손으로 받으니


"고맙습니다. 축복합니다. 복 받으세요.'


그때 엄마의 '그냥 받아줘'와 엇비슷한 뉘앙스에 진심을 담은 마음이 훅 들어왔다.


나는 바로 전단지를 확인했다. 할머니 멘트에 전도를 하시나싶어 교회 전단지인지 본 것이다.


매번 받는 지하철역 주변 요가학원 전단지였다. 오늘 처음으로 그 요가학원은 항상 할머니들이 전단지 알바를 하신다는 걸 알아챈다.


할머니의 진심 어린 그 말은 그냥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었고 서운함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는 받아주지 않음에 원망이 서리기보다 받아주는 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신거구나 라는 다정함이 내 마음을 물들였다.


살아가면서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것이 다정함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 약국에서 나이 지긋한 약사님도 그렇고 살아온 세월속에 다정함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이미 알고 계신 분이었을거다. 오늘 전단지를 나눠주신 그 할머니도 말이다.


다른이의 다정함이 내 마음에 물드니 나 또한 누군가의 마음을 데워줄 수 있는 다정함을 전하고 싶다.


다정함은 사람의 온기를 말로 전하는 최고의 따뜻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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