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사랑이었네

by 진주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일이 들어오는대로 하고 있다. 단기로 주말에 레슨할 일이 생겨서 일요일 일정을 마치고 이동하려니 30분정도 시간이 남아서 집으로 향한다. 아이들 교복을 빨기 위해서다.


전날 다음날 아침에 세탁기 돌려놓고 교회를 가야지 했는데 세제가 떨어진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뿔싸! 남은 30분간 후다닥 아파트 상가 마트에 가서 세제를 사서 세탁기를 돌려놓고 30분 뒤에 올 남편에게 빨래를 꺼내놓길 부탁하고 일을 하러 갔다.


보통 빨래를 꺼내면 꺼낸김에 널지 않을까? 남편도 늦은 오후에는 지방현장으로 출근을 해야하니 다 널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저 아이들 교복만 널어줬으면 하고 이야기를 해두었지만 역시나다. 빨래를 꺼내서 빨래 건조대쪽으로 이동만 시켜놓고 본인 저녁만 해결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다음날 친정엄마가 교복은 빨았냐며? 널어놓고 갔냐 물으시길래, 아이고 역시는 역시지 뭘 바래, 라고 이야기하니 전화를 끊으면서 안쓰러움이 베인 한숨을 살짝 내쉬신다. 그 한숨의 의미를 알기에 괜히 죄스런 마음이 스몄지만 이게 엄마 마음이련가 하고 넘겼다.


그날 저녁에 일을 마치고 들어오니 현관부터 락스냄새가 진동하고 식탁 위에는 온갖 수제미와 고무장갑이 놓여있다. 막내왈 할머니가 와서 베란다 청소하고 이것들을 사서 두고 가셨다고 전해준다.


이사하고 여력이 없어서 찌든때가 눈에 보이는 베란다를 한번 쓸고 닦기만 하고 뒀는데 엄마가 락스로 박박 닦고 가신것이다. 그리고 찢어져서 거꾸로 뒤집어 사용한 기존 고무장갑 대신 새 고무장갑을 사두고 가신 것, 낮에 통화하며 엄마의 한숨은 이렇게 딸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내심 주말부부로 일하며 육아하며 집안일까지 하는 딸이 안쓰러우셨지만 엄마 역시 대장부라 내색은 안하시는데 이제 곧 주말부부가 청산될 예정인지라 나보다 일찍 퇴근할 사위가 딸 역할을 같이 해줬으면 바라는데 그 빨래 사건으로 영 시덥잖으셨던 마음이었나보다.


엄마 닮은 딸이라 나 역시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도 크게 힘든지 모르고 그냥 해내는 편이지만 내 몸에 힘이 부치다보면 해야 할일도 자꾸 미루고 그냥 견디는 편을 선택하지만 남편이 있을 땐 말이라도 도움을 요청을 해보긴 하지만 딱히 도움이 되진 않으니 그 마음을 엄마도 알고 있으려니 싶다.


이게 부모마음이고 엄마마음인지, 중1되고 부쩍 체력이 딸리니 의욕도 없고 기운이 없다는 딸을 보면서 나 역시 대신살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저 속상한 마음에 한번 더 안아주고 힘내라 말해보지만 대신 할 수 없는 사랑에 그저 엄마 속앓이를 하기도 하는데 친정엄마 역시 그 마음일거라 생각하니 괜히 눈시울이 불거진다.


세상 속편하게 사는 한 친구 역시 매일 큰소리 치며 떵떵거리지만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을 가도 아픈 이유를 모르니 저절로 개미목소리가 되어 왜 아픈지 모르겠다며 속상해하는 것을 보면서 이게 부모 마음이고 자식앞에 아무렇지 않을 부모는 세상에 없겠구나 싶으니 새삼 부모 사랑이 뭔지 싶기도 하고 그냥 짠한 마음만 생기니 이렇게 진짜 부모가 되는 것인지 이렇게 부모 사랑을 깨닫게 되는지 괜시리 마음에 비가 내리는 날이다.


대신 할 수 없어 바라봐야 하는 것이 부모이고 대신 채울 수 없어서 세상 소중한 것이 부모이다. 어느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대체될 수 없는 부모가 되어야지만 알 수 있는 이것은, 사랑이라는 이름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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