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비를 좋아한다
비가 오면 왠지 가벼움이 스민다
마음 속 가득찬 것들이 힘을 빼는 것이다
비가 오니깐
괜찮다고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 주는 듯
놓아도 된다고 속삭여 준다
그 속삭임에 은근슬쩍 넘어갈 때도 있고
애써 외면하며 꾸역꾸역 목 메이게 삼키는 날도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목이 메여 비로 촉촉히 적셔줘여 하는데
자꾸만 무언가 밀어 넣으며 삼키고 싶다
내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듯
책 속 문장이 나에게 말을 건다
그럴 수 있지
그런 때도 있지
그러면 그런대로
자연스러우면 될 것을
왜 억지를 부려가며
부자연스런 나를 만들어가는지
그럴 수 있지
그런 때도 있지
여전히 껍데기를 쓰고 싶은 나
그럴 수 있지
그런 때를 지나야지만
비로서 나에게 딱 맞는 껍데기가 씌워지겠지
얼마나 많은 그런 때를 지나야 하는걸까
언젠가
그랬지
그랬던 때가 있지
웃으며 되내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