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수동적

이 부부가 살아가는 방법

by 진주

나는 굉장히 능동적인 사람이고 남편은 매우 수동적인 사람이다. 자연히 가정내의 모든 일을 떠안는 건 능동태인 내 몫일 수밖에 없다. 고로 그로인한 불만이 수동태 인간인 남편에게 가해진다.


"넌 게을러터져서 문제야.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거나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해봐"


남편은 물건 하나도 모바일로 주문하지 못한다. 아니 안한다. 앱을 다운 받고 결제만 하면 되는 것을 그 사람은 전혀 할 생각도 없다. 누군가 해주지 않으면 그냥 포기다.


며칠전부터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면서 뜬금없이 나에게 요소수를 주문하라며 연락이 왔다. 요소수 대란에 대해서 지역카페에서 하소연글을 봤던지라 요소수를 구입하기 어렵구나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요지는 그것을 구입하느냐 못하느냐가 아니다. 그 필요를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게 (부부라도 남이고 타인이다) 부탁하는 행태다. 그리고 남편의 요청에 대한 태도문제다.


"요소수 없으면 차가 멈추는데 그래 그냥 차 멈추라 하지 뭐"


항상 이런식이다. 난 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니 이런식의 협박에 항상 당해왔다. 차 문제뿐만이 아니다. 모든 요구나 요청을 이런식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난 그걸 다 받아주고 있었다. 볼멘소리를 했지만 결국에는 그 사람의 요구를 다 수용해줬던 것이다. 어느날부터 나도 될때로 되라는 태도로 맞받아치고 있다.


"이러기냐 정말?"


이라며 서운함을 토로하지만 나를 그렇게 만든건 너라며 넘겨 버린다. 더이상은 너의 협박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굳은 심산으로 말이다. 생각해보면 해결되지 않아서 문제될 것은 전혀 없었던 일이 대부분이다.


남편은 심지어 가만히 쇼파에 누워서 손만 뻗으면 쥘 수 있는 핸드폰을 아이들에게 가져달라고 한다. 그리고 핸드폰 충전기에 꽂아놔라라고 까지 한다. ( 남편욕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의 특징을 나열할 뿐이다.) 큰아이들은 이제 머리가 크니 아빠를 너무도 잘 파악해서 거절을 하기도 하고 열살인 둘째는 그냥 내가 해주고 만다라는 표정으로 아빠 요구를 들어준다.


가족의 요구나 요청에 대해서 대부분 기꺼이 응해줬다면 그정도 들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남편은 가족들의 요구를 귀찮아하거나 별거 아닌거 치부해 버린다. 그러기 때문에 난 남편의 요구에 예스가 될 수 없고 아이들에게 역시 아빠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 예스하라 하지 않는다. 가족이기때문에 기본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들이 채워져야지만 그로 인한 수용도 베풀어지는 것이다.


물론 남편이 알아서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 상대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기만족이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사주는 것도 본인 취향에 따라 골라준다.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남편은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만 존중을 허한다. 자신이 하고 싶고 사고 싶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은 스스로 허하며 스스로를 채운다. 이럴때 보면 수동적이기기만 한건 아닌거 같은데 말이다. (시댁일에 관련해서는 매우 능동태임을 밝혀둔다.)


남편 직장 숙소가 완공으로 인해 철수되서 2주전부터 집에서 출퇴근중이다. 남편과 매일 본다는 것은 나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전혀 없다. 오히려 내 정신이 혼란스러워지고 그 혼란 가운데 나를 지킬 수 있는 묘책을 세우며 견뎌내야 한다. 최근 시댁일로 인해 감정적으로 쌓인게 많은 상황이라 (시댁식구의 문제가 아니다. 시댁식구를 대하는 남편의 행동이 나에게 문제가 된다.) 남편이 꼴도 보기 싫은데 매일 그 꼴을 봐야하니... 그 꼴을 견디는 방법으로 혼잣말을 시작했다. 차마 대놓고는 못하겠어서 (몰론 평소에 자주 한다. 하지만 대놓고 하기에 수위가 높아서 들으면 싸움이 될거 같기에...)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들릴듯 말듯. 나름 속이 후련해지면서 은근 슬쩍 남편 귀에 들리는지 알아서 설거지도 하는 효과는 보고 있다. 이렇게 묘책을 부리며 써 먹어야 하는 남편이라니 그나마 다행인걸까?


잘 살고 싶기에 애쓰고 노력한 세월이 많다. 그러나 노력하고 애쓸수록 부부문제는 혼자서 짊어지고 갈 문제가 아니더라. 서로의 이해와 서로의 노력만이 일심동체를 이룰 수 있는 것이 부부다. 육아서나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 남편이야기를 쓰고 싶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우리 부부이야기를 써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도 미리 지어놓고 '이 부부가 사는 법'을 연재할 예정이다. 기대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