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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큐베리 Nov 12. 2023

지금을 보며 알게 된 외로움

혼자 찔렸던 그림책 한 장면

그림책 [인생은 지금] 속의 단 둘이서만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한 장면.

묘사를 위해 제시된 그림을 보자 남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랑 나랑은 언제 둘만을 위한 시간 보내?"

"응? 애들 좀 크고 나면?"

"그게 언젠데?"

"......." 난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달달한 신혼생활 없이 큰 아이를 낳았고,

그때부터 계속되는 출산과 함께 엄마 손이 필요한 아이들...

남편 손을 잡아 줄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난 육아로 힘들었지만, 남편은 가장의 무게가 더해짐으로 힘들었겠지?'

내가 힘들었던 것만큼 남편도 힘들었을 거란 생각에 좁디좁은 품을 가졌던 내 마음을 탓했다.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더라면, 아이들뿐 아니라 남편까지 두 팔 벌려 보듬어주면서 토닥여줬을 텐데...




난 옹졸한 아내였다.

"나 좀 외로워"

"외롭다고? 외로움을 느낄 여유가 있다는 게 난 부럽다"

나보다 나이 많은 남편이지만, 철없이 느껴지는 그의 한마디에 톡 쏘아댔다.

남편이 무슨 이유로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 건지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내가 기를 쓰고 노력해도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말하는 남편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그저 내가 온전히 그에게만 집중해줄 수 있는 시간을...

혹은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있거나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바랐던 거였을 텐데...

외로움은 사치라 비난하며 그를 모른 척했다.


그림책을 보며 남편이 떠오른 이유는 뭘까? 나 역시 바랬던 순간이란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다.

우린 둘 다 같은 마음이었던 건데...

난 마음을 숨겼고, 남편은 그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가장 역할을 감당하며 수고하고 애쓴 남편을 위해

내가 감당하겠노라고 호언장담 하는 나를 기대하며 말한다.


자기야. 이제 나만 믿어~
꽉 잡아! 진짜 빠르게 달려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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