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엄마는 무너지지 않는다.
오래전 겨울, 나는 그림책 공부에 푹 빠져 있었다.
하루하루 치열한 육아와 가사 사이에서 오랜만에 마음이 뛰는 시간이었달까.
그러던 어느 날, 모닝쇼에 그림책 공부에 대한 사연을 보냈고, 뜻밖에도 라디오에서 소개되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아침, 라디오에서 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아이들과 함께 차 안에서 듣는 그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렘과 벅참이 뒤섞인 감정.
그때 처음 느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이렇게나 따뜻하고 힘이 되는 일이구나.’
그날 이후, 내 안에 조용히 불씨 하나가 켜졌다.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
말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좀 더 글로 풀어내고 싶다는 갈망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소심하게 온라인 글쓰기 챌린지에 도전했다.
글을 쓰다 보니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나조차 잊고 있었던 과거의 감정들과,
그동안 묻어두었던 생각들이 글을 통해 하나둘 떠올랐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독립서점 조용한 흥분색의 글쓰기 프로그램, 한길문고에서의 '1인 1책 쓰기’ 수업, 글로성장연구소 작가프로젝트까지.
망설이다가 용기를 냈고, 결국 내 이름 석 자가 적힌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바로 『다시 태어나도 네 아이 엄마』라는 책이다.
책에는 네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찬란하고도 고된 순간들,
육아를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 이야기,
그리고 엄마이면서도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 아이 넷을 키우는 일은, 상상 이상이다.
누군가는 “로또라도 맞았어?” 하고 농담처럼 물었고,
누군가는 “셋도 힘든데 넷이라니, 존경스럽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이를 키우며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아이 덕분에 더 단단해졌으며,
무너졌던 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점점 깨달았다.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하고,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믿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믿는 말이 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그 믿음이 나를 글쓰기로 이끌었고, 그 글이 결국 내 삶을 바꿔놓았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하루하루 아이 돌보기에 치여 자신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엄마의 행복을, 절대 미루지 마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한 줄이라도 써보세요.
그 글이 언젠가, 지금의 나를 바꾸는 새로운 시작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요."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게 하고,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며, 때로는 무너진 자신을 다시 세우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나는 확신한다.
다시 태어나도, 네 아이 엄마로 기꺼이, 그리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다고.
그리고 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한 불씨가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은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