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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씨 Dec 17. 2020

[자가격리 1일차] 왜 접니까?


12월 15일.


분명 음성판정을 받은 동거인이.

자가격리 3일을 남기고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자가격리 해제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양성이라는 충격적인 결과.

당초 코로나 검사를 받았던 병원에서는 독감이라고 했다가, 다시 정정. 코로나라는 결과를 들려줘 아주 울다 웃다 난리였다.


결국 나도 코로나 검사 후 자가격리가 시작됐다. 훗 12월 30일이면 자유의 몸. 그렇게 2020년을 집에서만 보내게 됐다.


사실 자가격리를 2차례나 겪은 동거인 덕분에 자가격리 프로세스쯤이야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직접 코로나 검사를 받는 일은 처음이라 너무 무서웠다.

특히 검사받는 게 코 안에 쑥~뭔가 넣는다는 게 매우 고통스럽다고 들은 만큼 겁이 났다.

다행히도. 크게 고통스럽진 않게 빨리, 잘 끝났다.


대기자들 줄은 끝도 없는 가운데...줄 간격도 지키지 않고, 주소 적어달라는데 안 적고, 휴대폰 번호도 계속 안 적는 등 의료진들 공무원들이 애가 닳고 힘든 상황들이 참 많이 펼쳐지고 있더라. 제발 말 좀 잘 들읍시다.


검사받는 대로 집으로 들어오니 담당 공무원님께서 친절하게 케어를 시작해주신다. IT강국답게 바로 자가격리 어플이 나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그리고 하루에 3번 나의 건강 상태도 어플에 입력한다.


참으로 조용한 집이었는데...2주간 먹고 마실 수 있는 물, 햇반, 밑반찬, 과자, 휴지 등 온갖 물품이 들어있는 박스가 배달되고 보건소 공무원들도 집 앞에다가 위생관리에 필요한 물품들을 두고 가신다. 


집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라고 하시기도 하고, 벨 누르고 모니터로 목소리 확인하고, 혹시나 하는 상황을 꼼꼼히 체크했다.


사실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이 너무 커서 코로나 기사는 오히려 잘 읽지도 않았다. 코로나 증상을 보인 동거인에게도 '독감'일 거야 하면서 위로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 열이 나고 기침이 나면 무조건 코로나 증상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야 빠른 치료가 가능하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코로나 창궐로 다들 우울하고 불안하고 걱정되고 그럴 것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3단계 제대로 해야는데 하면서 참으로 나라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설마 내 주변에 코로나 환자가 있을까 싶었다.

실제 처음에 코로나를 독감으로 오진한 병원에서도 우리 동네에서는 코로나 환자가 거의 나오지 않아 코로나임에도 표기를 잘못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막상 코로나 확진자를 가까이 보고, 자가격리까지 겪어보니 지금 우리는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의 숨 막히는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그리고 공무원, 의료진 분들이 목숨 걸고 열심히 환자들을 치료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래서 두렵기보단 곧 우리가 이길 것이다,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100일 동안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도 버틴 민족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배달의 민족이다. 배민이 있는 한 나의 식생활도 문제없다.  2주간 자가격리 일기를 쓰려는 이유는 막연한 코로나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나의 경험을 공유해 어서 이 코로나와의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서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자가 격리자도 이렇게 씩씩하게 잘 지내는데 여러분도 거리두기, 마스크  잊지 말고 오늘도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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