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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씨 Dec 21. 2020

[자가격리 2일차] 누구나 혼자가 된다

12월 16일.


전날. 남편이 확진 판정을 받아 나 역시 자동으로 코로나 검사, 자가격리 시작.


코로나 확진자임에도 불구하고, 병상이 없어서 며칠 동안 콜록대는 남편을 보고 있자 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세상에 치료제가 없는 병. 또 걸릴 수도 있는 병. 그저 무섭다.


나 역시 어제부터 미열과 목에 통증이 느껴져 찜찜한 마음뿐이다. 

적어도 오전 중에는 코로나 검사 결과 알려준다고 했는데...


시에서는 선별 진료소 검사 건수가 너무 많아 검사 결과 확인이 매우~지연되고 있다면 친절히 카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을 몸소 느끼는 중이다.


다행히 음성! 그러나 나의 경우 코로나 확진자 가족이기 때문에 더 면밀히 건강을 살펴야 한다.


전날,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깔았고 이에 따라 매일 하루에 3번 나의 상태를 담당 공무원에게 보고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님도 그저, 애가 탄다. 병상은 없고, 아파도 치료가 가능한 것도 아니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주변에 친구, 이웃 분 없으세요? 약 사다 달라고 하세요"


담당공무원님은 당연히 내가 주변에 친구와 이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직장과 회사는 너무 멀리 떨어져서 왔다 갔다 출퇴근만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 빼고 서너 시간밖에 안되는데 이웃과의 소통은 글쎄다. 서로 민원 있을 때만 소통하는.


게다가 둘 다 맞벌이다. 절친이 동네에 살았었는데 이사 갔다. 친한 사람들은 다- 멀리- 멀리- 떨어져서 지낸다.


"다른 가족 분은 없으세요?"


가족들은...시골에 계신다. 하나뿐인 동생도 일본에 있고(나보다 더 한 처지). 부모님만 덩그러니 찾아뵙지도 못하는 불효자다.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모두 멀다. 먼 존재들이다. 대체 뭣 때문에 열심히 살았나 싶다.

갑자기 보고싶은 사람들이 막 생각난다. 바쁘다는 이유로, 내 상황이, 내 기분이 그래서 연락도 못하고 언제나처럼 무뚝뚝하게만 남들을 대했던 나. 나의 목표만 생각하고 내 꿈만 소중히 여겼을 뿐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지난 10년.


그렇게 외톨이가 돼버려 시무룩한 마음과 나 자신이 싫어질 때쯤 또 초인종이 울린다.


나의 건강을 챙기겠다고, 아프지 말라고 또 먹을 게 한 박스 왔다. 그래. 그래도 사회라는 울타리가 있었지. 


코로나 때문에 얼굴이 까맣게 변해가던 남편은 오후가 돼서야 병상이 나서 늦은 밤 병원으로 옮겨졌다.


코로나 환자다 보니 이불도 옷도 속옷도 수건도...모두 제공이 안 된다. 한 번 쓰고 버려야 한다. 그렇기에 챙겨가야 할 게 너무나도 많다. 


여행, 출장 간다고 짐을 싸준 적 있어도 병원 입원을 이유로 짐을 싸주는 건 처음이다. 기분이 이상하다.


"우리 괜찮을 거야 그지?"

"응! 빨리 나아서 돌아와!"


남편의 빈자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지다니.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집안 방역을 하겠다고 흰옷을 입으신 분의 방문. 방역복을 가까이 보기도 처음이었다. 이리저리 집안 곳곳 꼼꼼히 코로나 박멸해주셨다. 


살균제를 뿌리면 가구 같은 곳에 조금 얼굴이 남나 보다. 30분 후에 닦아내라고 하신다. 남아있는 얼룩 때문에 항의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서. 얼룩 그때 지우라고 하신다. 아니 목숨 살리려고 오신 분한테 살균제 얼룩을 컴플레인하면 어쩌자는 거지? 참으로 비상식들 많네.


기운 빠지고 힘들지만 늦은 청소를 시작해본다. 환기도 시키고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방도 닫고...


모든 걸 정리하고 방에 누워서 하루를 돌아본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다. 

"희망과 위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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