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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고신입 Sep 24. 2021

작은 나를 발견하기

나를 멀리서 바라보는 연습

우주여행을 다녀온 제프 베조스가 환경 보호에 거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후변화 관련 펀드(Bezos Earth Fund)는 이미 조성되어 있었지만 구체적인 기부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1/09/906811/


"I’d heard that seeing the Earth from space changes one’s point of view of the world, but I was not prepared for just how much that would be true.”


제프 베조스가 해당 의사결정과 관련해 위와 같이 말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그의 마음에서 우러난 것인지 사업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의 의중보다 그가 어디선가 들었다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세상에 대한 관점이 바뀐다'는 표현에 관심이 갔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촉발한 충격과 가치관 변화를 경험한 나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직·간접적 우주 체험은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심리학자이자 불교도인 Polly Young-Eisendrath는 TEDx에서 인간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림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양의 산수화를 하나 보여주는데, 우뚝 솟은 거대한 산봉우리들과 대비되는 작은 점들이 바로 인간이란다.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아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까지 해주는데 나보다 훨씬 거대하고 경이로운 존재를 인식함으로써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대부분의 고민과 욕심 그리고 집착들이 실제로는 굉장히 사소한 것임을 깨닫고 관대해진다는 것이다.


과거 캐나다 로키산맥 근처 식당에서 서버로 일할 때 한국에서 관광 오신 할아버지 5형제 분들을 응대한 적이 있는데 평생 한국에서만 살다가 웅장하게 펼쳐진 로키산맥을 보는 순간 저절로 눈물이 났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는 젊었을 때 여행하라는 말씀과 함께 각각 50불씩 총 250불을 팁으로 주셨던 기억이 난다. 인심 후한 가문(?)에서 오신 분들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로키산맥의 덕을 봤다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지울 수 없다.


이런 뇌피셜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연구들이 있는데 자연경관을 카메라에 담고 그에 대한 설명을 적은 그룹이 빌딩 사진을 찍거나 아무것도 찍지 않은 그룹에 비해 남을 도우려는 마음이 컸다는 연구 결과(Passmore & Holder, 2016)와 높이 솟은 유칼립투스 나무들 사이에 서서 1분간 나무들을 올려다본 그룹이 빌딩을 올려다본 그룹에 비해 남을 자주 도왔다는 연구 결과(Piff, Dietze, Feinberg, Stancato, & Keltner, 2015) 등이 있다. 남을 도우려는 의지와 그에 따른 행동은 대체로 우리 마음이 풍요롭고 너그러울 때 나타난다는 점에서 경이로운 자연경관을 보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휴가철 교통 체증과 높은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것은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위한 본능적 선택일지도 모른다.  


나는 강이든 바다든 산이든 자주 보러 간다. 올해 달력을 확인해보니 서해, 남해, 동해, 제주 등으로 총 10번이나 여행을 갔다. 너무 자주 가는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만하다. 여행에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가기 위해 예산을 늘린 적이 별로 없다. '즐거움'이라는 목적에 배정된 예산 내에서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에서 불필요한 사치를 부리지 않기 때문도 있다. 여행 시간 역시 주어진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니 친구를 덜 만나고 술을 덜 마시고 물건을 덜 사면 가능해진다. 산과 바다를 통해 내 마음이 더 풍요로울 수 있다면 이 정도 노력은 기울일 수 있다.


꼭 시간과 돈을 들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대자연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하늘을 보는 것이다. 매일 같은 하늘인 듯 보이지만 사실 지구가 탄생한 이래 수십억 년간 하루도 같은 하늘 인적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구름은 물론이고 그날의 습도와 빛 등에 따라 그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하늘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무한한 우주와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면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특히 해가 뜰 때와 질 때의 모습은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나는 가끔 퇴근길에 가만히 서서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본다. 집에 조금 빨리 가는 것보다는 노을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 하늘의 역사와 크기를 가늠하는 동안 가족 문제, 천장 없는 집값, 잘못 보낸 이메일 등은 정말 사소한 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잠시 시간을 내어 주변을 둘러보자. 파란 하늘, 심장을 울리는 천둥소리, 유유히 흐르는 한강은 우리의 고민과 집착이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사소한 것임을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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