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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Feb 06. 2023

브런치북을 만들며 겪은 일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시간에는 주로 유튜브를 보거나 쇼핑을 했다. 사실 아이들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하면 밀린 청소와 빨래를 시작했다. 마치 항상 바빴다는 듯이.



얼마 전에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유튜브와 쇼핑보다도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고 쓰다 보면 하루의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전에는 남는 시간에 유튜브를 봤다면 지금은 브런치를 하다가 남는 시간에 밥을 한다. 바빠지니 행복하다.



이런 내 모습이 남편도 보기 좋았나 보다. 근데 왜 보기 좋았을까? 집안일을 더 소홀히 하고 있는 요즘인데 남편은 내가 글을 쓰는 것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준다. 집에 있는 노트북은 아이들과 함께 쓰는 거라 나를 위한 접근성을 맞춰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만을 위해 남편이 노트북을 새로 장만해 주었다. 내 노트북이 생기니 진짜 작가라도 된듯하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데는 지금처럼 휴대폰과 블루투스 키보드만 있으면 충분하다. 하지만 브런치북을 발간하려니 꼭 PC가 있어야 하더라. 이번에 노트북을 장만해 준 이유도 브런치북을 발간하기 위해서이다. 먼저 노트북의 접근성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음성지원은 물론이고, 반전모드와 고대비, 그리고 주먹만 한 마우스커서까지.. 하하~ 마우스커서를 키워놓고 보니 너무 웃겼다. 클릭버튼에서는 화살표가 손가락으로 바뀌는데 진짜 주먹 같았다. 아이도 웃고 나도 웃었다.



10년 만에 컴퓨터를 다시 하려니 윈도도 많이 달라져있었고 무엇보다도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며칠 전, 아무도 없는 시간에 혼자 노트북을 켜고 만지락 거리며 연습을 하다가 그만 음성지원을 꺼버렸다. 헉.. 소리 없는 컴퓨터란.. 답답함의 극치였다. 얼굴을 모니터에 갖다 붙이다시피 해서 겨우 설정을 찾아내고 그 안에서 접근성과 음성지원까지 찾아내서 겨우 다시 실행시키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몇 시간에 걸쳐서 한 일이라고는 고작 해봐야 켜고 끄는 것이었다.



어제는 기필코 브런치북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노트북을 붙잡고 애원을 했다. '브런치북 만들기'버튼을 누르고 제목과 설명을 넣으려는데 키가 잘 안 먹히고 오류가 났다. 목차까지 넣는데만 2시간이 걸린 것 같다. 점점 오기가 생겼다. 저녁 시간이 다되어서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표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미지 삽입버튼이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나중에야 알아낸 사실이지만 접근성의 반전모드 때문에 버튼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필이면 어제 남편이 야간근무라 집에 없었고 결국 첫째에게 SOS를 청했다. 첫째는 학교에서도 선생님을 도와드릴 만큼 컴퓨터를 잘했다. 엄마를 도와주려고 컴퓨터를 잘한 걸까? 하하~ 어쨌거나 아이가 도와주려는데 역시나 그 버튼은 보이지 않았고 여러 방법을 쓰다가 혹시나 하고 다른 노트북에서 로그인을 해서 보니 그 버튼이 있었다. 아이가 만들어준 이미지를 넣고 겨우겨우 브런치북을 발간했다.



"엄마. 근데 필명이 왜 별사탕이야?"


"응. 그게 말이야. 건빵 알지? 건빵을 먹다 보면 목이 메어서 답답할 때가 있잖아. 그럴 때 별사탕 한두 개를 입에 넣으면 금세 침이 생기고 건빵도 꼴깍 잘 넘어가거든. 그런 의미에서 별사탕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거지."


"아~ 그렇구나. 그럼 엄마한테는 내가 별사탕이네. 엄마가 컴퓨터 하다가 답답하면 내가 도와주잖아."


"맞네 맞네. 네가 엄마의 별사탕이었네!"


"엄마. 그럼 필명 바꿔야겠다. 건빵으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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