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과 에든버러

Guiness와 Innis & Gunn

by 멜랑콜리

본 학기가 시작하기 전, 10일의 여유가 생겼다.


본 학기와 어학 코스의 중간 기간 동안 기숙사 역시 비워야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주저하지 않고 비행기를 예매했다.


10일의 여행을 지르는 데에는 2시간이면 충분했다.

비행기를 알아봤고 숙소를 예약하고 마지막으로 기네스 투어를 신청했다.

그렇다, 나는 아일랜드로 떠난 것이다. 그리고 스코틀랜드까지.


맥주를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처자인지라

아일랜드를 생각하자마자 기네스를 떠올렸다.


아일리쉬 펍에서 음악을 들으며 기네스 드래프트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남은 어학 기간을 보내고 기숙사를 비운 뒤, 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더블린 성과 도시를 돌아다니고

둘째 날에서야 아침에 기네스 투어를 시작했다.

대략 1시간 반 정도의 투어 그리고 기분 좋게 기네스 드래프트 2잔.


투어가 끝난 뒤, 마치 더블린에서의 모든 것을 끝낸 양

익숙하지도 않은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사진이나 찍자며 돌아다니는데

어느 아저씨들이 펍 바깥쪽에서 기네스를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거지 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눈이 마주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펍 투어가 시작됐다.


아이리쉬 펍에서 공연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30년 넘게 더블린에서 살아온 두 아저씨들과 함께

더블린의 유명 펍을 6개 정도 돌아다녔더랬다.

들어가서 기네스를 주문하고 마시다가 공연 자리가 없다고 하면 나오는 패턴.

오후 9시에야 본래 잡혀있던 공연을 위해 마지막으로 들어간 펍에서

내가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아이리쉬 음악을 들으며 기네스를 마셨다.


6시간 동안 기네스 드래프트 8잔을 마시며 돌아다닌 기억을 어찌 잊을까.

나에게 더블린은 영화 원스도, 기네스 브루어리 투어도 아닌

처음 만난 아저씨들과의 펍 투어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더블린을 떠나 에든버러로 갔다.


스카치위스키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위스키를 마셔볼까 하고 위스키 박물관을 도전했다.

하지만, 당연하달까, 익숙지 않은 진함이나 독함은 좋아하기에는 아직인가 보다.


그러던 중, 코난이라는 유명한 레스토랑에 갔고

스코틀랜드 맥주가 있다 하여 주문했다.

(당시 내가 아는 스코틀랜드 맥주는 BrewDog 정도였는데

브루어리가 에든버러에서 너무 멀어 포기했더랬지...)


그렇게 우연히 먹게 된 이니스 앤 군은 몇 안 되는 나의 인생 맥주가 되었고

이후 맥주를 집는다 하면 일단 이니스 앤 군부터 집어 들고 있다.



더블린에 갔을 때는 더블린 성을 갔었고

에든버러에 갔을 때는 에든버러 성도 갔었는데


결국 나의 기억에 남은 건 기네스와 이니스 앤 군뿐이다.

그리고 기네스를 마시면서 함께 즐긴 사람들.


지금도 내 옆에는

이니스 앤 군 한정판 HOPPED BOURBON CASK ALE이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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