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기원이 된 도시

Bath지만 bæθ라 발음하지 않는다

by 멜랑콜리

구글에서 그냥 영국 여행을 검색했더랬다.

아닌가? 영국 당일치기라고 했었나?


런던,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맨체스터...

흔히 들어왔고 흔히 알고 있는 도시들의 이름과 익숙하지 않은 도시들의 이름이 나열되었다.


바스는 그중 하나였다.

Bath라고 쓰지만 배스가 아니었고 바스라고 읽었다.

영국식이었다. 미국인들은 배스라고 하려나.


목욕을 좋아하던 로마인들이 지배 당시 목욕탕을 만들고는

그것을 계기로 영어 단어의 기원이 된 도시.


기차 시간을 따져보고 뭐뭐 있나 살펴보았다.

영어 단어의 기원은 그렇다 치고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볼 만한 게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나 보다. 검색을 무진장 대강했던 것 같다.


새벽부터 출발해 편도 3시간의 기차를 타고 Bath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충전하고 들고 온 디카가 무색하리 만치 아이폰으로만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게 익숙하지 않아 디카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행 때마다 잊지 않고 꼬박꼬박 완충하고 다녔다.


비슷한 디자인의 건물들을 보며 문득 스페인의 톨레도가 생각났었다.

Bath와 마찬가지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도시.

마드리드보다 선명히 내 기억 속에 자리한 톨레도.


유네스코에 등재되면 도시 건물들이 다 비슷해지는 걸까,

아니면 도시 건물들이 다 비슷한데 그걸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등재를 하는 걸까.

뭐, 사진은 여러 장 건졌더랬다.


하지만 하루 만에 다녀온 바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건물 사진밖에 없으면서 당근 케이크와 필터 커피, 바스 에일이 생각난다.

아, 미숙한 무단횡단자 때문에 넘어질 뻔했던 오토바이 청년에게는 무한의 미안함을.


브런치를 때우기 위해 들어갔던 카페의 당근 케이크와 필터 커피.

약간은 물기 있는 당근 케이크는 당근 케이크 중독자를 완전히 감동시켜버렸다.

바스 에일은 바스에서 양조되는 에일이라고 했었는데... 뭐...


마지막에는

영국 아니랄까 봐 느닷없이 비가 오는 바람에

그것도 매우 세차게 오는 바람에 떠나기 전까지 서브웨이에 앉아 있어야 했다.

허니, 마이 달링을 외쳐대던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그래도 맑은 날씨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다시 가고 싶다.

다시 한번 브런치를 즐기고 맑은 오후의 바스를 즐기기 위해

다시 한번 기차에 올라 Bath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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