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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영 Apr 28. 2024

함께 기념하는 순간을 만들어봐요.

내게 있는 크고 작은 좋은 일을 잘 간직하기

다정함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은애 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은애 님의 편지 제목을 보며 그 다정함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보통 타인에게는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하더라도 막상 나 자신에게는 그 태도로 대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해요.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은애 님이 말한 것처럼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타인과 타 존재에게도 다정할 수 있는 법이죠. 편지의 말미에 은애 님이 바라는 다정함의 방향이 안으로 향해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벌써 한 주가 지났네요. 은애 님이 휴직을 시작한 지요. 마지막 퇴근을 하며 은애 님이 아쉬움과 자책감이 들었다고 했는데 그 마음을 잘 돌봤는지 알고 싶어요. 은애 님이 이야기한 대로 다정하게 말이죠. 앞으로 보낼 시간도 기대되지만, 충분히 아쉬운 마음을 잘 헤아려줬길 바라요. 그러고 나서 미래를 기대해 봐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은애 님의 마지막 퇴근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마지막은 어땠더라? 순간 그날의 감정을 막연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조금 놀랐어요. 분명 아주 중요한 날이었는데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내 인생의 대소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은 순간도 기념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 요란한 하루를 보낸 것은 확실하게 생각나는데 말이죠.


친구와 함께한 퇴사 파티


저는 그날 직장에서 사귄 친구와 이태원의 유명 비건 식당을 찾아가 좋은 식사를 했습니다. 친구가 제게 건넨 노란 메리골드 꽃다발도 생각나요. 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며 섬세하게 골라준 것이었거든요. 배를 떵떵거리며 식사를 한 후, 우리는 해방촌을 향해 길을 나섰어요. 아, 그날 내딛던 발걸음에 깃든 감정이 생각이 나네요. 저는 무척 신이 났어요. 신나게 활보한 끝에 해방촌을 알리는 사인을 보고 '해방'이라는 단어에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며 길거리에서 "은영 독립 만세!"를 외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아... 제가 생각해도 정말 못 말리는 순간이었네요.(머쓱)


이날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준 친구를 생각해 보니, 은애 님의 출근 마지막 날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만 보낸 것이 마음에 쓰이네요. 저도 분명 자그마치 십 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둔 것이라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날 친구와 보낸 시간 덕분에 다른 감정의 크기가 더 커져서 금세 지나가버린 것 같아요. 그때도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지만, 수개월이 흐른 지금 떠올려봐도 정말 고마운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은애 님께 전하는 편지를 쓰고 나서 그 친구에게도 고맙다고 연락해보려고 해요. 지나간 감사의 순간을 떠올리게 해 준 은애 님에게도 고마워요.


무엇보다 은애 님을 어서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한 주가 지났고, 우리가 만날 날까지 꽤 시간이 흐르겠지만 은애 님의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순간을 함께 만들고 싶어요.


내게 있는 크고 작은 좋은 일을 잘 간직할 수 있도록 기념하는 것. 이 역시 자신을 아껴주는 마음 즉, 다정함이 발휘되는 것이지 않을까요? 그러니 은애 님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게 말해줄래요? 은애 님이 바라는 방식으로 이 순간을 우리 잘 간직해 보도록 해요.


동료들에게 퇴직 선물로 받은 것을 모아놓고 찍은 사진이에요. 여기에 은애 님이 건네준 선물도 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저는 다음 한 주 동안은 강화도에 워케이션을 갈 예정이에요. 그다음 주는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전시 참가 작가로 참석하기 위해 조금 바쁠 것 같고요. 그 후에는 웬만하면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아, 혹시 잠깐이라도 강화도에 놀러 오고 싶다면 그것도 좋아요. 어느 쪽이든 편안하게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 주세요. 이 기념일의 주인공은 은애 님이니까요. 연락 기다릴게요.(미소)



2024. 04. 26.

평온한 금요일 오후,

은영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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