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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키드 Apr 22. 2024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에게도,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은영님에게.


 은영님이 올려 준 봄이 가득 담긴 식탁 사진을 보고 너무 예뻐서 감탄했어요. 산에 오르며, 시장에서 장을 보며 마주친 다정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스스로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식사를 보며 왠지 조금 뭉클하기도 했고요. 산에 오르기 전보다 은영님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오로지 나를 위해 준비한 정성 가득한 봄 밥상이라니 저도 꼭 조만간 해봐야겠어요. 저는 밥 차리는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가족들을 위해 식사 준비할 때 보다 혼자 먹을 때 오히려 더 대충 차리거든요. 내가 나를 챙기는 게 왜 그렇게 귀찮게 여겨지는지 모르겠어요.


 지난주에는 은영님의 응원이 담긴 편지를 읽으며 휴직 전 마지막 한 주를 보냈답니다. 금요일에 마지막으로 출근하며 사무실 책상 위를 깨끗이 정리하고 주위 동료들과도 인사를 나누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분명 조금 후련한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퇴근하려고 출입게이트에 사원증을 찍고 나오는데 마음이 영 싱숭생숭하더라고요. 퇴직도 아니고 그냥 잠시 쉬는 것인데도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어요. 그러면서 또 은영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마지막 날 건물 밖을 나서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마냥 시원했을까, 아니면 섭섭했을까. 매일 오가던 곳을 떠난다는 게 어색하고 헛헛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집으로 가는 퇴근길에 아쉬움과 자책이 밀려오려는 걸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한 기대로 덮어보았어요. 어떤 일들로 시간을 채워나갈지에 대해 즐거운 고민만 해보려고요. 그 즐거운 시간들에 당연히 은영님과의 만남도 기대가 됩니다!


휴직을 응원해 준 동료들에게 '잠시만 안녕' 선물을 전했어요.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에 열려있고 또 그런 대화를 작은 행복으로 여길 줄 아는 은영님이 전 멋지게 느껴져요. 이전에 은영님이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줄 때면 놀라움 반, 부러움 반으로 흥미롭게 들었답니다. 나라면 그런 우연한 만남을 즐거운 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봤는데 자신이 없더라고요. 최근에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가졌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마음이 너무 힘들다 못해 무너지고 나서야 정제되지 않은 마음을 몇몇에게 이야기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편한 거예요. 걱정과 달리 이해하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그동안 내가 너무 어렵게만 생각해 왔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후회되는 게 있다면, 힘들었던 시기에 너무 그 '힘듦'에만 빠져있었던 것이더라고요. 그때 그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것들도 분명 있었을 텐데 심각하고 힘들게만 여겼던 기억이 떠오를 때면 아쉬움이 밀려오곤 해요. 더욱 아이러니한 건 이걸 알면서도 최근까지도 비슷하게 '아, 힘들다.'는 생각에만 매몰되어 있었다는 거예요. 참 희한하죠?

 방금 속으로 '나 참 바보 같네..'라고 말하다가 문득 이전에 은영님이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잘 관찰해 보라고 말해줬던 게 생각나서 멈칫했어요.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다정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겠다고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불현듯 떠오르네요. 한동안 나를 다그치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부터는 상냥하게 '뭘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요즘의 은영님은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많이 해주며 지내고 있는지도 문득 궁금하네요.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을 더 건네보는 한 주가 되길 바랄게요.



- 24년 4월 20일 토요일 밤


토요일에 적어둔 일곱 번째 편지를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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