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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방 Oct 17. 2024

아무튼, 취업

진로 찾기 3탄

광고쟁이를 꿈꾸던 시절

마케팅이나 소비자행동론과 같은 수업을 듣다 보니 광고가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숫자 투성이 재무관리 같은 수업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게다가 복수전공까지 국어국문학.

‘나 정말 카피라이터가 적성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석 광고인의 창의적인 광고를 보면서 두근두근 꿈을 키우고,


박웅현 광고인의 감성적인 카피를 보며 카피라이터라는 진로를 꿈꿨다.

하지만 너무 막연했던 광고인의 길.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방향 감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 4학년이 되었다. 꿈은 크지만 꿈을 향해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너 홍보대행사에서 일해보지 않을래?”

그러던 어느 날, 계약직이지만 관련업계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국문과 선배가 다니는 회사에서 팀원을 구하고 있었고 마침 휴학 중이었기에 면접을 보고 바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길이 정말 맞는 거야?

한동안 프린터기의 사양만 열심히 외우고 있었다. 담당했던 고객사가 HP프린터였는데 기계치였던 나는 흥미가 뚝뚝 떨어졌다. 광고와 홍보의 차이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멋져 보였던 광고를 만드는 일은 머나먼 일이라는 것을 점점 깨달았다. 게다가 막내에게 주어지는 일이란 게 중요한 일은 아닐 테니 점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복학을 앞두며 일을 그만두었다.

‘홍보는 내 길이 아닌가 봐!’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우스운 결정이었다. 고작 6-7개월 남짓 일하고 판단을 내린다니.

졸업 후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탄탄하게 스펙을 쌓아오던 친구들과 다르게 나는 아르바이트 경험 외에는 이력서에 쓸 자격증 1줄 조차 없었다. 수많은 서류와 면접전형 탈락 끝에 대표 포함 5인이 근무하는 작은 광고대행사에 입사를 했다.

작은 회사에서 커리어를 잘 쌓아 큰 회사로 이직하면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해보니 이게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 직무로 평생 일할 수 있을까?’




또다시, 진로변경

결국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취준생의 신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떤 직무를 선택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 채 정처 없이 헤매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취준생 시절,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동기인 친구와 오랜만에 저녁을 먹게 되었다.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벌써 취업에 성공한 멋진 친구였고 나는 쭈글쭈글한 마음을 다잡고 취업 고민을 토로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곰곰이 듣던 친구는 “지난 아르바이트 경험도 그렇고 경영지원 쪽 업무를 해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했다. 마침 회원사 직원 추천이 들어왔는데 지원해보지 않겠냐는 말과 함께. 아무렴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친구가 추천한 기업에 지원서를 넣게 되었다.



친구의 제안으로 입사지원서를 넣은 곳에 운이 좋게 합격했다. 인사총무팀의 막내로 주로 총무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3개월 뒤, 나는 또 자신과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총무만 하다 보면 경쟁력이 없어지는 거 아냐?’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패기 넘치던 20대의 나는 사수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선배님, 저 인사 업무를 배우고 싶습니다. 지금 하는 업무량에 더해져도 좋으니 인사 업무로 직무 전환 시켜주세요!”

운이 좋게도 때마침 팀 내 업무분장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입사 3개월 차, 직무를 전환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인사담당자로 10년 차를 맞이하게 되었다.

인생은 언제나 예측 불허

나는 지금 살면서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인사담당자로 살아가고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생을 살고 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이라는 게 힘들고 좌절할 때도 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는 것 같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이동진 평론가 블로그 소개글에 적혀 있는 문장이 떠올랐다. ‘맞아! 이렇게 살아야지!’ 하고 감탄했던 글귀였다.

원하는 대로, 계획하는 대로 소신 있게 살아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처럼 내키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단 걸 말하고 싶었다. 실패한 삶이 아니라는 것.


+

그리고 나는 아직도 인사담당자가 내 적성에 잘 맞는지 의문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과연 살아가면서 적성이란 걸 정말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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