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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방 Oct 15. 2024

토익순례자의 길

진로 찾기 2탄


경영학이 적성에 맞는 게 아니었어?


3학년 2학기에 전과에 성공한 나는 이대로는 졸업을 할 수 없단 걸 깨달았다. 학점이 모자랐기 때문. 결국 국어국문학을 복수전공으로 다시 신청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나... 대체 전과 왜 한 거야?’

뒤늦게 전과를 하고 복수전공을 재신청하다 보니 졸업논문 주제 제출 시기도 놓치고 교수님 배정도 꼬이고 엉망진창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1 전공이 경영학이라는 뿌듯함이 있었다. 경영학이 1 전공이면 취업이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어느 날, 인사관리 교수님께서 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자네는 국문과 출신이라 답안지를 아주 깔끔하게 잘 쓰는구먼?”

전과 이후 국문학 수업 학점이 오르기 시작한 건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재무관리 수업은 F학점을 받았는데. 전과... 괜히 한 걸까?

토익 순례의 길

적성이, 학점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건 4학년이 되어 깨닫게 되었다. 복수전공자는 각 전공의 졸업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했는데 국어국문학은 졸업논문을 제출해야 했고 놀랍게도 A를 받았다.


나의 졸업논문


경영학 졸업조건 : 토익 700점 통과, 800점 이상 A

하지만 경영학이 내 발목을 붙잡기 시작했다. 17살 영어 모의고사 40점에서 시작한 영어공부 인생이 최대 난관에 봉착했고, 강남 해커스 - 신촌 YBM - 종로 YBM 토익학원 순례의 길이 펼쳐졌다.

토익시험비와 학원비로 ETS 건물 기둥 하나는 세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토익점수는 600점대. 남들은 토익 900점을 넘기려 학원에 온다는데 700점 때문에 이러고 있다는 사실이 퍽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졸업은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낙담해 있을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동아리 후배가 학원을 추천해 줬다.

“제가 일하는 영어학원에서 장학생을 모집하는데 신청해 보실래요?”

전과신청서 지원동기와는 다르게 구구절절 애타는 마음으로 사연을 적어 내려 갔고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이젠 뒤가 없다!

드디어 토익 탈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된 영어학습인생 13년 차. 장학생으로 선발된 덕분에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감탄하며 두 달간 공부할 수 있었다. 내가 드디어 온전히 독해를 하기 시작했어요! 진수선생님 감사합니다!

“엄마, 나 토익학원 가려는데 학원비 빌려주면 안 돼?”

“취업하면 꼭 갚아!”

이제는 마침표를 찍고 싶었던 토익시험. 두 달 동안 학원 수업을 들으며 하루종일 토익공부만 했다.



815점! 드디어 토익 탈출. 나 졸업한다!



토익이 끝났다는 기쁨이 얼마가지 않아 곧 취준생의 우울함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전과에서 끝이 아니라는 것. 또다시 예상치 못한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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