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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방 Oct 12. 2024

동아전과 아니고, 전과자!

진로 찾기 1탄

인문학이 대체 뭔데 이렇게 어려운 거야?


지금 나의 둘도 없는 친구들은 국문학을 전공하며 만난 친구들이지만 사실 나는 1 전공이 경영학이다.

스무 살, 수능성적에 맞춰 고3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인문학이 뭔지도 모른 체 입학을 했다.

“너 국어 좋아하지?”

“글쎄... 딱히요...?”

“국어 잘하니까 괜찮아! 여기 쓰자!”

(담임선생님은 국어 교사였다.)


사진출처 pinterest

그렇게 흘러 흘러 인문학부에 입학하게 되었다. 사실 모교를 제외하고는 전부 경영학과에 원서를 넣었는데 어쩌다 보니 인문학부생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 이렇게 진로가 급선회하게 되었다.

서양철학의 전통, 언어학개론, 한국근현대사회의 역사와 문화... 멋모르는 새내기가 듣기엔 이름만 들어도 너무 거대한 학문들이었고 적응하지 못한 나는 학교생활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C만 가득한 성적표를 받고, 수능을 다시 봐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그쯤 복수전공 신청을 받는다는 학사공지를 발견했다. 대안도 없는데 이거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신청한 경영학 복수전공 성공, 운이 좋은걸?!

시간이 흘러 3학년이 되어도 나의 국문학적 소양은 늘어나지 않았다. 나는 3-4줄이면 끝나는 답안지를 동기들은 2장씩 써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었다.

‘대체 쟤들은 무슨 쓸 말이 이렇게 많은 거야?’




저는 전과자입니다.


사진출처 pinterest

3학년 여름방학, 종로에서 국문과 친구 2명을 만났다.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전과를 해볼까?!!

칼을 뽑으면 바로 무라도 썰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전과신청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하늘이 날 도왔을까? 바로 다음 날이 전과 신청 마지막 날이었다. 게다가 나는 3학년 1학기를 마친 상태, 전과를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학기였다.

적성에 맞지 않아 전과를 희망합니다.

전과신청서 신청사유에 1줄 떡하니 적어 접수를 마쳤다. 그리고 면접 연락을 받았다. 지난 학기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이 앉아계셨다.

“학생은 무슨 생각으로 신청서를 이렇게 성의 없이 적었나?”

아뿔싸, 나 망했네. 이후 뭐라 답변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망했다는 생각뿐.

마음을 비우고 개강을 앞둔 이틀 전, 최종합격 공지가 올라왔다. TO가 2명이었는데 내 이름이 적혀있는 기적을 맞이했다.

여러분!! 저, 전과 성공했어요!

하지만 고난의 시작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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