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방 Oct 05. 2024

엄마랑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나는 살가운 딸이 아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굳게 믿는 나는 용건이 있어야 엄마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 그래도 결혼 후에는 아주 가끔씩 전화를 하는데 어제는 근무 중에 엄마로부터 먼저 전화가 왔다. 근무시간에는 전화를 절대 하지 않는 우리 엄마인데…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딸~! 전화받아도 돼?”

“응, 엄마 무슨 일 있어?”

“아니~ 내가 백화점에 왔는데 영국황실도자기 세일 중이래. 너 영국황실느낌 그릇 좋아하잖아! 이거 하나 사줄까?”

“사진 보내줘 엄마! “


“꽃무늬는 내 스타일이 아닌데?”

“그래? 그럼 말고~”

“엄마는 샀어?”

“나는 컵 샀어! 너희도 오면 같이 마시려고 다섯 개!”

“짝 맞춰서 여섯 개 사지 그랬어~”

“그럴까? 그러면 나 하나 더 사러 갈게! 전화 끊자~”

웃음이 났다. 그릇을 사주려고 전화한 우리 엄마라니. 엄마가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퇴근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다시 했다.

“컵은 샀어?”

“응 6개 맞춰 샀어~! 너 오면 여기에 커피 타줄게~!”


그릇에 대해 열띤 토론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엄마가 보내준 사진을 보니 웃음이 났다.

한시도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는 우리 모녀는 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야 멀리 살게 되었다. 그마저도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 살지만. 그래도 떨어져 살며 느낀 게 있다면 애틋한 감정이 조금 생겼다는 점. 그래서 가끔씩 퇴근길에 엄마랑 전화하며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좋아졌다.

엄마의 식탁 사진을 보고 있자니, 엄마 밥이 그리워졌다. 주말이 오는데 오랜만에 엄마한테 가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유난히 추웠던 작년 겨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