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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부스터 Oct 24. 2024

금주 다이어리 Day8

내면의 분노 테스트

오늘은 금주를 마음먹고 스탑한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나는 내일 버크만 자격과정을 듣기 위해 연차를 냈다. 오늘까지 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나니 8시가 되었다.

이번주 월 ~ 수 오늘까지 칼퇴를 못했다. 그렇다고 야근이라고 하기엔 30~40분 정도? 더 머물렀었다.


서둘러 집에 오는데 마침 신랑과 아이가 강아지 산책을 나와 1층에서 만났다. 남편의 얼굴을 보니 오늘도 반주를 즐긴 모양이다.

아이랑 공놀이를 하며 짧은 산책을 하고 들어오는 길

지하에서 엘리베이터가 올라왔고, 안에는 여성분이 서있었다.

강아지는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킁킁거렸고, 여성분은 흠짓! 하는 모습에 급하게 목줄을 당겨 내 뒤쪽으로 강아지를 옮겼다.

내릴 때도 최대한 줄을 당겨서 그 사람한테 가지 않도록 조심히 내렸다.


내일은 우리 집 새로운 소파가 들어오는 날이기에 집에 있는 소파를 내다놔야한다.

왜냐하면 이케아에서 소파를 샀기 때문.

대형마트, 이케아는 항상 계산할 때 사기를 당하는 기분이 든다. 뭐 별거 산거 없는데. 낱개로 보면 저렴했는데 다 모와놓고 보면 엄청나다.

이케아는 가구는 저렴한 편인데, 조립을 요청하면 비용이 추가되고, 배송을 요청하면 또 비용이 추가된다.

수거는 말할 것도 없다. 난 구매할 때 안내 사항을 들었다. 버려주는 건 비용이 발생하고, 부피에 따라서 측정된다고.

우리 신랑은 조립비, 설치비, 주차비, 과태료 등 내 몸이 편하고자 하는 선택의 비용과 내가 부주의해서 잘못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엄청나게 아까워하기보다 분노한다.

항상 이 부분에서 나랑 신랑은 생각에 마찰이 생긴다.

사실. 이케아가 가구가 저렴한 편인 것은 셀프이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가구가 저렴한 대신 추가 편의성은 돈을 지불하라는 게 아직 우리나라 정서에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듣고 보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 고급지고 편리함을 생각했다면 이케아가 아니라 최소 장인가구는 갔어야 했다.

막상 대형 가구를 버릴려니 막막하기도 했을 거고.. 아무래도 여성인 나보다 남성의 역할이 클 테니깐..

술도 한잔 마셨고, 강아지 산책까지 다녀왔으니 그대로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거 같다.

신랑은 철저하게 본인의 기준으로 생각을 한다. 망상에 가깝다. 내일 배달 오신 분들이 카트가 있을 테니 내려다는 주시겠지~ 하며 뭉그적 거린다.

아마도 같이 반주를 즐겼다면..? 그래! 내일 기사님 오시면 카트 가지고 올 텐데 내려다 달라고 하자! 했을 거 같다. 나도 귀찮으니깐.

하지만 내일은 예상하지 못할 비용을 지불해야 함에 분노하고 있을 것이 뻔히 보였다. 우린 서비스라고 우리 멋대로 생각했기에 어떤 비용을 제시해도 분노했을 거다.  

그 분노는 나에게 표출될 테니!!

난 불 보듯 뻔한 그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럼 좋아!

내일 1층에 내려주는 거, 혹은 수거는 추가 비용을 내도 괜찮아? 물론 폐기물 스티커 사다 붙이는 것보다는 확실히 비쌀 거야!

이 표현이 우리 신랑의 내면을 긁었는지 신랑은 슬슬 내면에 알 수 없는 짜증이 발동되기 시작한다.


갑자기 할 말이 있는데 “펫티켓 좀 지켜” 나의 내면 속 반사적 반응 “뭐라는 거야?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리?”

평소에 우리 신랑이야 말로 펫티켓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낯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처음 강아지를 키울 때 강아지 똥 치우는 거 가지고 싸웠으니 말 다했지.. 이유는 왜 치우냐고. 너무 신랑을 까대는 거 같아서 미안하지만

오늘은 여기서라도 이야기를 해야겠다.

강아지 산책 시 줄이 너무 길다고 줄여달라는 사람이랑 길에서 싸우기도 했으니깐. 그런 사람이 나한테 펫티켓을 논하니 난 정말 어이가 없었다.

“당신 지금 그 말은 선 넘었어~ 나도 선 넘기 전에 그만해!”라고 답했다. 그 말에 조금 더 선을 넘어온다.

거기서 위에 풀어놓은 저 이야기를 해봤자 똑같은 사람이 될 거 같아서 멈췄다. (술을 마셨다면 같이 싸웠을 확률 99%)

평소와 같았으면 강아지를 보고 놀란 사람보고 유난을 떤다고 하거나 오히려 우리 강아지가 놀래진 않았는지 기분 나빠했을 거다.

(너무 무질서한 사람으로 만든 거 같아서 미안하긴 하지만 사실이다.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마 나한테 뭔가가 긁혔겠지?

이번주 내내 늦게 들어온 내가 짜증이 났던 건지.. 지금 만사 귀찮은데 저 무거운걸 나랑 아들이 있지만 나 혼자 어떻게 갔다 버려야 하나. 하는 마음이 짜증이 났던 건지..

1차 분노를 나도 참고 있는데.. 바로 들어오는 2차전 공격!

나는 아무래도 들고 끌고 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아서 카트를 소유하고 있는 아랫집 이웃주민한테 연락을 한다.

카트가 남편 차에 있다고 한다. 아.. 그럼 필요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이웃을 번거롭게 하는 건 미안하니깐..

고맙게도 이웃 남편은 본인이 직접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서 카트를 가지고 도와주러 올라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내심 고마웠다.

그러자 신랑이 그냥 밀어서 갔다 버리면 될 텐데 왜 민폐를 끼치냐고 지금 엘베 누르지 말고 기다리냐며 부들부들 버럭버럭 화를 내는 것이다.

진짜 저렇게 언짢을 일인가? 아마 알코올 마녀한테 지배되어 컨트롤이 안되었겠지

순간 나도 모르게 욱! 할 뻔했다. 이 대목에서는 나도 술기운이 있었다면 공격에 맞대응 확률 200%다. 감정은 감정으로 받는다!

아이는 공포에 떨었을 거고, 도와주러 온 이웃주민은 도와주면서도 눈치를 봤을 것이다.

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고, 무거운 적막이 흐른다. 아이는 그 사이에서 어색한 공기를 어떻게든 풀어보려 아빠한테 까꿍놀이를 친다. 아마 아이도 느꼈었을 거 같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구나..

곧 이웃주민이 올라왔고, 카트를 이용해서 쉽게 옮기고 내려주는데 도움을 줬다. 성인 남성 둘에 카트까지 장착하니 너무나도 손쉽게 옮겼다.

나랑 아이들은 뒤에 졸랑졸랑 따라가는 게 도와주는 거였다.

이웃한테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우리 가족만 남은 엘리베이터.

신랑은 멋쩍은지 편한 게 잘 옮겼네~!라고 말하며 눈웃음 필살기를 쓴다.

그때 아이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준다. “아까는 그렇게 뭐라고 하더니!!!”“

(잘했어 우리 아들!!!) 난 살짝 흘겨봤고, 신랑이 아까 그건 내가 미안해!라고 사과를 했다.

잘 참은 나 자신 대견하다.

이게 바로 금주의 효과가 아닐까?

지금 또 한 번 털어내고 나니 마음의 분노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돌이켜보면. 상황마다 귀찮아서 짜증이 난 건지 힘들어서 짜증이 난 건지 내 말투가 거슬렸던 건지 늦게 들어오는 게 불만이었던 건지 마음이 불편한 포인트가 분명할 텐데

우리는 보통 그냥 짜증을 낸다. 아님 다른 상황에 포장해서 짜증을 낸다.

그 짜증은 보통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왜 저러지? 반응이 들 테니깐. 왜냐하면 진짜 짜증이 난 이유는 다른 이유일 테니깐

욕구를 기반해서 대화를 해야 소통이 잘된다는 박재연 소장의 숏츠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위에 같은 상황에서 신랑이 욕구 기반의 소통을 했다면 어떻게 대화를 했을까?

신랑 : “나 지금 퇴근하고 와서 요리해서 밥 해 먹느라 좀 피곤해. 술도 한잔했고, 소파 버리러 나가기가 막막하네.. ”

내 생각 : (우리 집 식사는 대부분 우리 신랑이 준비한다. 사실이기에 그 마음을 쉽게 인정할 수 있었을 거 같다)

나 : 그럼 이거 옮겨달라고 하면 비용 추가된다고 했는데 그냥 돈 지불하고 버려달라고 할까?

신랑 : 에고! 그건 못 참지! 그럼 갔다 버리자! 밑에 집 카트 있지 않나?

나 : 내가 전화해서 물어볼게!

오! 도와주러 와주신다네? 정말 고맙다 ~~~~

해피엔딩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거실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소파를 버리니 말소리도 울린다. 마치 이사오기 5년 전 텅 빈 새집을 보면서 셀레였던 그때를 추억하며 기념으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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