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후 첫 모임
어제 자기전에.. 오늘은 아침에 좀 뛰어볼까? 고민하면서 잠들었는데..
아이가 사랑스럽게 꽉 안아준다. 아이가 먼저 일어난 것이다. 역시.. 고민을 하지말고 결심을 하고 자야한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결심해본다. 내일은 아침 7시에 일어나서 간단한 모닝 홈트를 하겠다.
오늘은 우리 부부 또 다른 동창 친구네 가족과 축구 관람을 하기로 했다. 친구네 첫째 아들이 생일이라 안양 FC 축구 경기를 꼭 보고싶다고 해서 티켓을 알아본다고 했다. 우리 아들도 축구에 관심은 많지만 우리부부는 2군 경기? 재밌을까?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안양 FC 다니는 친구 지인의 찬스로 지정석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우와. 생각보다 너무 가깝고 선수들의 몸짓이 다 보여서 매우 흥미로웠다.
어느날 위캔 위고 챔피언 ~ 위알 투게덜~~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같은 녀석들 ~(가사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처음 듣는 노래를 흥얼거려서 무슨 노래야?
이거 안양 FC노래! 어떻게 알았어? 유치원 친구중 축교교실 같이 다니는 친구가 알려줬다고 했었다.
아는 노래가 나와서 더욱 흥분한 우리 아들. 난 생전 처음 듣는 응원가였는데, 응원가 특징이 누구나 쉽게 빠르게 따라할 수 있는 점이라는 거다. 반복하여 몇번을 들으니 금방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전/후반 90분 경기가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갔다. 안양 FC 승리!!! 2군에서 1군으로 승격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라고 했다. 2군리그에서 1등한 구단이 승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 경기로 안양 FC는 1위로 올라섰다.
운동 경기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응원이다. 그들은 무엇이 그토록 열망하게 했을까? 내일처럼 기뻐하고 슬퍼하는 서포터즈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저렇게 매몰할 수 있다는게 부럽기도 했었다.
돌아가서, 우리는 우승 경기로 한껏 들뜬 경기장을 나와서 자연스럽게 뒷풀이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논의했다.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싶어서 바베큐를 해먹을 수 있는 야외 식당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이들은 공놀이 모래놀이를 하느라 어른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베체트병” 증상이 심했을때 이들 부부와 캠핑을 갔었다. 그때 베체트병 커밍아웃을 하고 술을 권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그때부터 금주가 아직 진행중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몸이 좀 괜찮아지기 시작하면서 또 마셨다고 흘리듯 고백했다. (현재가 중요함으로^^;)
고기가 들어가니 느끼한게 탄산이 땡겼다. 식당은 넌알콜 맥주를 팔고 있었다. 요즘 넌알콜 맥주는 진짜 맥주맛과 비슷하게 낸다. 임신했을적만해도 국산 논알콜 밖에 없었고.. 맛도 없어서 이걸 먹느니.. 차리 안먹겠다고 했었는데…
색, 거품양, 맛까지 실제 맥주맛을 많이 따라왔다. 술에 대한 유혹은 없었다.
난 맨정신으로 술을 마시고 있는 어른들이 보였다. 부부네 아이들은 연년생 형제인데 확실히 눈치며, 상황 판단이 빨라보였다.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건 쏘맥! 소주, 맥주, 막걸리! 라고 자연스럽게 외쳤다.
금주전에 나는 그런 아이를 귀엽게 봤을거다. 오늘은 나의 어렸을때가 생각나면서 아이들에게 술을 너무 자주 당연한 일상처럼 노출시킨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잠시 잠겼다.
우리집은 애주가 집안이었다. 엄마, 아빠, 친척들 모두.
명절때는 다같이 모여서 소주, 맥주를 짝으로 사다두고 비웠다. 술에 취한 어른들은 싸우기도, 행복해하기도 했다. 익숙했다. 그런 분위기가.
술 한잔 먹은김에 그동안 서운했던 것을 토로하면 술 한잔 먹은 다른 사람은 감정적으로 받는다. 너가 그래서 그랬던 거야. 그래도 그때는 너무했어요.
어렸을때 친척 언니와 오빠, 동생들은 숨죽여 그런 어른들을 처다봤고, 에휴.. 언제 끝날려나. 익숙한 광경이었다. 어차피 다 술마셨고, 지방에 살아서 싸워도 나갈곳도 없다.
다음날이면 머쩍은 얼굴들로 마주 앉아서 차례를 지낸다.
그 또래 친척형제들은 커서 우리 부모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작은아버지에게 어렸을때 서운한 마음을 대들기도하고.. 울기도하고.. 그랬다.
그런거보면 어렸을때 부모가 만들어주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겠다.
우리 가족을 포함한 친인척들은 모두 술로 해결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결하는 방법을 체득한거 같다. 물론 그렇다고 부모를 원망하지 않는다.
아직도 이부분은 엄마의 발작버튼이기도 하니깐. 그래서 엄마아빠때문에 네가 술을 마셨다는거니?
사실.. 술을 잘못 배우기도 했다. 부모가 술먹고 하는 무절제된 행동들.. 나도모르게 술 먹으면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 또한 그런 생각들로 실수한적이 많았다. 몇 사건이 떠오르긴 한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부끄럽다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라도 그런 모습을 그만 보여주고, 술 말고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감정들을 느끼는지.
그 중에 하나의 방법이 금주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에잇!하며 모든걸 원점으로 돌리고 싶을때.
그것을 글로 써보면서 나의 감정들을 읽어주고 알아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