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김의 깨달음
어제 축구 경기에서 승리는 2군에서 1군으로 승격을 앞둔 중요한 경기에서 4-1 압승을 한 분위기에 우리도 취해 있었던것 같다.
함께 같이 경기를 보러간 가족은 남자가 나와 신랑의 초등학교 동창, 와이프는 다른 초등학교 동창의 고등학교 동창을 소개시켜주어서 결혼까지 성공했다. (소개 시켜준 친구는 아직도 솔로인생중이지만.. ) 결론적으로 어제 모임은 가족모임이자 친구모임이었다.
친구의 와이프? 라고 부르는게 편할까. 그러기엔 친군데 넘 멀게 느껴진다. ㅎ 성별을 구분하기 위해 친구의 와이프라고 부르는게 낫겠다.
친구의 와이프는 20대 중반때 처음 만났다. 곧 결혼할거 같다며 소개를 시켜줬다. 20대대 우리는 모이면 술이었니깐.
그러고보니.. 20대 친구들을 만나도 딱히 즐길거리가 없었네.. 취미도 없이 오로지 술마시는 모임뿐..
당연히 호프집에서 만났고, 지금으로 말하자면 친구 와이프는 알쓰였다. (*)알쓰 : 알코올 쓰레기 술을 못마시는 사람을 칭하는 요즘 신조어
그때 당시 소주를 못마시는 여자들을 겨냥한 “순하리”라는 소주가 잠깐 히트를 쳤는데, 유자맛? 달달한 칵테일 같은 맛이었다. 난 그때 술 좀 마신다고 소문이 났던터라
순하리? 술 같지도 않은걸 왜마셔~ 하면서 온갖 쎈척은 다했던 기억이난다.
친구 와이프는 술을 잘 못하는데 함께 즐기고는 싶다고 “순하리”를 시켜서 마셨고, 몇 잔 안마신거 같은데 픽~하고 잠들어있던 모습이 생생한데..
요즘에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제 술 한잔 없이는 잠을 잘 못잔다고. 놀라웠다. 정말이야? 응 정말이야.
저번에는 손등에 꽤 길게 꼬맨 자국이 있어서 손은 왜그래? 라고 물으니 신랑은 출장갔고, 애들 재우고 혼자 와인을 마실려는데 와인오프너가 없어서 혼자 끙끙 따다가
와인병을 깨트리면서 손등을 쫙! 긁어서 시댁 부모님이 응급실에 데려가서 꼬매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고 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 짠함은 불쌍함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그녀의 내면에 들어와 있는 고민, 상황 등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야기를 할때면 속에 뭔가 꽈악 막혀있는 느낌이 전해졌었다. 그게 알게 모르게 술에 의존하게 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니깐 동변상련의 아픔과 동시에 연민을 느꼈다.
안따지는 와인병을 어떻게든 따야겠다는 마음뿐이었을 그 마음이 뭔지 너무나 잘 알것만 같았다.
그들은 야외 바베큐와 서늘한 가을바람을 만끽하면서 그 순간을 너무 좋다~라고 연신 감탄의 말을 내 뱉으며 그 자리를 즐겼다. 넌알콜 맥주를 마시는 날 보면 안타깝다는듯이.. 사실 이전에 금주했을때는 두가지 반응이었다.
또 얼마나 가려고 그래? 넘 극단적으로 하지말자 ~ 혹은 진짜 안마셔? 이 말엔 많은 의미가 내포했을거 같다. 그날 내가 주인공인 만취자 주연작을 못보는 아쉬움? 술먹고 시비조로 그동안 남편에게 불만을 은근슬쩍 털어놓는 내 남편 바보 만들기? 둘다 술에 취하면 둘중 한명은 감정적으로 받고 그게 민망해서 더 큰 감정으로 받는 부부싸움?
누군가의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하지 않는가. 어쩌면 나는 누군가의 가장 재밌는 구경거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담날.. 재는 요즘 힘든가보다, 요즘 남편이랑 사이가 안좋나? 등등 나의 만취 주연작품을 보고 마음껏 떠들었겠지. 근데 이건 그들이 나쁜사람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나를 주인공을 가져다 쓰게 만든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한 나의 잘못이 더 큰거라는걸 느낀다.
아침에 그녀의 톡이 왔다. 나 어제 마지막에 취했었나봐.. 기억이 안나. 즐거웠다. 데려다줘서 고마워~라는 안부 인사!
누구보다 술이 조금이라도 과한 다음날.. 괴로운 아침을. 게다가 월요일 출근!!
아이고. 오늘 힘들겠다. 그래도 힘내고 담에 또 만나자!라는 답장을 보내며 진심으로 그녀의 숙취가 덜하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묘한 승리의 쾌감을 느꼈다.
이 승리의 쾌감은 난 비록 아침에 늦잠을 잤지만 졸리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월요일을 시작하기엔 최상의 컨디션이었으니깐!
나는 금주에 성공하여, 그녀의 알코올 의존증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자극이 되고, 필요하다면 돕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직은 입찬소릴 할때가 아니기에.. 술 안마시니깐 좋아.라든지 고작 몇일 해본걸로 어설프게 말하느니 성공이라는 말을 언제 써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날들을 쌓아서. 술이 아닌 성장하는 시간을 가진 30대 후반 여자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직접 보여주는게 가장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금요일 저녁부터.. 오늘 저녁까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느라 늦은시간까지 깨있었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다짐했던 운동 약속은 지각으로 지켜내지 못했다.
어제는 늦게 잠들었지만 자는 동안은 한번 깨지않고 푹~ 오랫만에 잔 느낌이었다. 수면의 질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내일은 6시에 일어나서 러닝 30분이라도 뛰고오겠다는 다짐을 다시해본다.
오늘 출근길에 일었던 금주 다이어리 중에서 정말 큰 깨달음을 다시한번 인지했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자마자 이다음엔 뭘 할지 생각했다. 그 순간에 집중하기(마음챙김)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 이것을 ‘계획 세우기’라고 불렀지만 사실은 초조함이었음을 이제는 알겠다.”
나 또한 술을 마시기 위해서 아이를 빨리 자라고 재촉하기도 했고, 술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서 현재를 집중하기 보다 저녁에 즐길 술자리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던히 애를 쓰기도하고 때론 현재를 흘려보내기도 했던거 같다. 빨리 위장에 술이 내려오는 상상을 하면서.. 초조함을 느꼈던. 무엇인지 너무나도 분명히 잘 알거 같다.
너무나 서서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나는 거의 눈치채지 못했을 뿐.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언제 행복할 것인가?” 지금 음주가무를 즐기고 놀지 아껴뒀다가 뭐할라고?라고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건 아닌가?
이 말의 참뜻은 현재에 집중하며 온전히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을 몰입해서 즐기기.가 그것에 참된 뜻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