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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르데 Sep 19. 2024

홍콩에서 월세 살기

월세도 면접을 봐야..

홍콩의 아파트 렌트 시스템은 법으로 깔끔하게 정해져 있고 상당히 단순화되어 크던 작던, 비싼 집이던 싼 집이던 모든 사람들이 이 법을 따르고 있다.


디파짓 : 두 달 치 렌트비를 계약 시 납부

월세 : 한 달 치 렌트비로 보통 1년 치를 따져보면 집값의 2-3% 선에서 거래가 됨. 아파트 연식과 위치에 따라 변화가 있으나 같은 아파트 내 거래라면 거의 균일하고 층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있음 (높은 층 선호)

렌트 해지 : 1년 FIX + 1년 유동으로 계약 시점으로부터 1년을 살고 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집주인, 입주인 모두 해당 사항)

관리비 : 가스비, 전기료 등의 세입자의 사용에 따른 비용은 세입자가 내는 반면, 관리비라는 비용은 집주인이 매달 낸다. (수영장, 정원 관리, 시큐리티, 청소관리등에 사용되는 비용으로 보통 렌트비의 10-15% 안팎)


특이한 경우로 계약 시 1-2년 치 렌트비를 한꺼번에 낼 경우, 약간의 렌트비를 깎는 네고도 가능하다.


원하는 집의 계약을 하기 위해 6개월 정도씩 렌트비를 미리 내겠다고 하면 계약에서 경쟁자들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디파짓이 2개월이므로 몇백에서 몇 천만 원까지 두 달 치 월세만 입금해야 하기에 렌트를 한다는 것은 큰 목돈을 내야 하는 것에 비해 경제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없다.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 및 고금리 시기에는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3% 이상으로 높기에 렌트를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한국의 경우는 월세라고 하더라도, 보증금 명목의 비용이 보통 1-2년 치가 넘기 때문에 집주인이 세입자의 월세 납부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편이나, 홍콩은 세입자가 렌트비를 내지 않을 경우는 집주인이 독박을 쓰기가 십상이다. 심지어, 렌트비가 밀려있어도 계약기간 내에는 연락이 안 될 경우 그냥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게 로컬법이다. 이리하야 등장하게 된 어려운 부동산 렌트 면접.


내가 렌트를 하며 겪어 왔던 기본적으로 집주인들에게 냈던 서류들은 아래와 같다.


내 월급 명세서, 3개월치 입금 내역

위 내지는 회사 근로계약서 내지는 인사부에서 발행한 월급 증명서

 

보통 집을 보러 가고 나서, 렌트 계약을 하기 전에 저 내용을 요구하는데, 회사 vs 집주인 다이렉트로 계약하는 경우에는 저런 걸 요구하지 않는다. 처음에 홍콩에 업무차 발령받아 왔을 때는 회사가 직접 계약을 했기 때문에, 렌트비 관련해 모든 내용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보통 집주인들도 이런 계약을 제일 선호한다. 렌트비를 밀릴 염려가 없기에…


이후에 이직하며 내 이름으로 계약을 하기 시작하며 집주인들은 위 서류를 요구했고, 심지어 전 렌트 거주지 집주인에게 레퍼런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설마 통화하겠어? 라며 전화번호를 줬는데, 실제로 통화했었다;;;


홍콩에서는 집에서 자살하거나, 아파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경우는 흉가로 낙인이 찍여지고, 집값의 10- 20% 가 떨어지거나, 렌트를 내놔도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자살의 경우 그 아파트 라인 위아래, 그 층 전체 집값이 같이 내려가기도 하기에, 세입자를 들일 때는 일부러 면접을 보듯이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건강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한 번은 어떤 아파트 단지에 집을 보러 갔는데, 아파트 입구에 중후한 아저씨가 폰을 보며 앉아 있었는데, 부동산 중개인이 지나가며 눈짓을 하는 게 아닌가. 아마도 집주인이 근처에 살면서 세입자가 집을 보러 온다고 하니, 관상을 보러 오지 않았던가 싶다.  


그 외에도 한 아파트를 렌트하러 보러 갔더니,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 및 아이들까지 3대가 와서 나를 반갑게 맞아 인사하더라. 한 번도 렌트하지 않은 새 집이라며 광고를 많이 하였는데, 홍콩인에 비해 한국인은 새것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는다오…. 하며 비싼 그 집은 선택하지 않았었다.


보통 렌트를 해서 2년 길게는 3년 이상 살고 나가며 집을 처음에 이사 왔을 때보다도 더 깨끗하게 치우고 나가서 그런지, 그다음 집을 얻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오래 살다 보니 이제는 일부러 내가 죽을 상인지, 활기와 생기가 넘치는 관상을 체크하는 홍콩인들의 행동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아마도 렌트면접에 완벽 적응한 탓이리라…


그리고 처음에 홍콩에 와서 비싼 렌트비에 놀라고 어려운 면접에 당황했지만, 근간에 전세대란이 일어나는 한국을 보니, 차라리 이렇게 깔끔하게 렌트 제도가 있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다.


한국도 전세제도가 점점 없어져가는 추세라고 하니, 머지않은 미래에는 렌트면접이라는 게 생기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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