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투영하다.
골목을 지나다가 까만색 고양이 한 마리를 봤다.
마치 장화를 신은 것처럼 발부분만 하얀 털이어서 무척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도둑고양이인데 존재감을 뽐냈다.
크로아티아에 갔을 때, 문화유산이라는 두브로브니크 성 안 골목에서 자주 마주치던 고양이가 생각났다.
그 곳의 터줏대감인 마냥, 또 관광객이 왔군, 하는 느낌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녀석.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고 사진을 찍어도 가만히 있었던 녀석.
방울을 달고 있는 걸 보니 누군가 키우는 녀석인가 싶었다.
크로아티아는 어디든 고양이가 많았고, 어느식당이던 간에 노천카페에서 손님들 틈에 흔하게 껴 있었다.
마지막 밤이었던 그날은, 자그레브 노천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거기에선 고양이 한마리가 아예 우리와 함께자리를 잡았고, 식사가 나와서 먹으려던 우리를 굉장히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골라서 녀석에서 줬고 입맛에 맞았던지 열심히 먹어 치우고선 더 달라고 바라보고 있었다. 배를 좀 채우고선 동네 한바퀴 돌고 다시금 그 테이블 밑으로 와서 먹고 있던 우리를 계속 바라보다 유유히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고양이를 보면 유유자적하던 크로아티아의 고양이들이 생각나고, 그 유유자적하던 애들과 교감하던 나의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생각난다.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골목의 고양이들에게서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무게가 보이는 것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투영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크로아티아의 고양이들이 여유로웠던 것은 결국 내 마음이 지금보다 그때에 더 여유로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