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서 추억을 놓쳤다.

-굿바이, 싸이월드 방명록아.

by Maytwentysix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싸이월드가, 전면 개편을 앞두고 방명록과 댓글 백업을 권유했다.

마감시간이던 자정을 5분 앞에 두고 부랴부랴 백업받으러 갔다가

서버폭주로 인해, 실패.


까짓 것 삭제되면 어때 하다가, 아주 오랜만에 방명록을 찾아 보게 되었다.

갓 대학을 입학해서 졸업을 앞두고까지, 그리고 첫 사회생활을 해서 새로운 그룹안에서 어울리는것 까지

거의 10년 가까이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투닥투닥 안부를 묻고, 장난을 걸던 녀석과는 한 집에서 살게 되었고,

연예인 이야기를 달아대던 녀석들은 애엄마가 되어 있다.


나는 어린녀석이 꽤나 어른스럽게 세상의 짐은 다 짊어진 듯, 저때도 참 고민이 많았구나.

내 친구들도 참 고민이 많았구나, 그렇게 서로 고민을 나누고 다독여가며 지내왔구나. 싶었다.

그 때보다 나이를 먹었는데,

여전히 나는 고민이 많고 짐이 무겁다.

다독여주던 친구들도 나도, 서로 사는 것이 바쁘다 보니

그때보다는 덜 찾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덜 공감해주게 되는 영혼없는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

어리지만, 깊었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언젠가는 너도 나도 나아지겠지.


라고 남겨뒀던 그 말이 문득 가슴에 와 얹힌다.


또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나는 내 브런치를 보며 과거를 그렇듯 추억하게 될까.

시간이 가진 힘과, 글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왠지 10년의 기억을 버리고 만 기억이 들어서

백업받지 못한 그 글들이 머릿속에 어지럽게 엉켜서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좀 더 서둘렀어야 했는데.

게으름으로 인해 추억을 놓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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