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운명을 타고났으나 깨어짐이라는 끝을 맞이하여 온몸을 가르는 금이 가고 그 사이로 담아왔던 액체의 소모를 경험할 때의 이질감은
담아내는 것이 일이었던 내가 금을 받아들이고, 담아내온 것들을 놔주기 시작하는 초연에 가까워질 때야 살아가던 시간이 아닌 죽어가는 시간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수용한다.
어쩌면 정해져 있는 죽음이라는 운명을 사랑할 때, 몸을 가르는 금을 받아들이고 쥐지 못할 지닌 모든 것들이 살갗에 속하지는 않았다는 현실을 피부에 비비고 진정한 깨어짐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