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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써보는 머리말

by 토니

나는 평범했다. 정확히는 지금도 평범하다. 처음으로 글을 쓰던 그때에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다. 내가 겪은 경험들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특이한 경험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은 살면서 절대 겪지 못할 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아이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 특별한 경험들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은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일들은 누군가가 겪어보았던, 말 그대로 선례가 있는 일들이라는 것을 안다. 처음 그걸 깨달은 날, 난 몹시 실망했다.


그럼에도 다시 글을 써본다. 놀이터에서 처음으로 나비가 내 콧잔등에 앉은 날, 신나서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하던 그 아이처럼의 설렘을 가지고 쓸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글을 써 내려간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시간의 파도와 바람에 깎여나간다.


그 풍화작용을 피할 수 있는 사람도 존재도 이 세상에는 없지만, 인세는 결국 순환한다.


누군가는 다시 나와 같은 일을, 그리고 그 후세에도, 그다음에도, 사람이 멸종하기 전까진 결국 누군가는 내가 겪은 일들을 다시 한번 겪을 것이다. 마치 내가 그랬듯이.


이번에 쓰는 글들은 그동안 써온 것과는 조금 다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분명하지만, 이전처럼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 또한 그랬다고, 비슷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나보다 조금 더 빨리 혹은 늦게, 나와 비슷한 경험을 이루어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혹시나, 자기 혼자 세상에 있는 것만 같고, 아무도 나를 이해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우리 모두 겪어본 일이라고, 이겨내고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용기를 주고 싶어서이다.

마지막으로, 시간의 풍화를 유독 심하게 겪는 것 같은 나 자신을 위해, 네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고 상기시켜주고 싶어서이다.


일기장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수필집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원래 다른 사람이 적은 다이어리의 솔직함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지 아니던가.


어린왕자.jpg 6살때부터 몇번을 반복해서 읽은 책, 여전히 읽을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주는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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