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계단

by 메리링

지난주 수요일,

2층 별카페에서 따뜻한 라떼를 마시며 잠시 작업을 내려놓고 있었다. 바쁘게 흘러가던 하루 속에서, 드물게 찾아온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그때였다. 계단 쪽에서 우당탕, 쿵쾅! 마치 천장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였다.

창가에 앉아 있던 내 옆으로, 조금 전에 직원이 선반 위에 유리잔과 접시를 여러 개 겹쳐 들고 오르내리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소리가 너무 커서 카페 안에 있던 손님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 쪽으로 향했다. 계단에는 깨진 유리 조각들이 가득했고, 키가 크고 체구가 있는 여직원 한 분이 “괜찮아요,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며 유리 파편을 주워 담고 있었다.


그 순간, 깨진 유리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직원의 얼굴이었다. 다친 곳은 없는지, 넘어지지는 않았는지, 파편이 몸에 박히지는 않았는지, 나도 주변의 다른 손님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놀람과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갔다.

그런데 정작 그분은 자신을 살피기보다, 깨진 잔들을 먼저 걱정하는 듯 보였다.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스쳤다. 이걸 다 보상해야 하면 어쩌나. 혹시 지금 이 분은 자기 몸보다 손실된 물건을 더 먼저 떠올리고 있는 걸까. 기껏해야 우리 큰아들 또래로 보이는 나이였기에, 내 마음은 더 안타까웠다.

누군가에게는 참 귀한 딸일 텐데, 아르바이트를 하며 잘 해보겠다고 조심스레 쌓아 올렸을 그릇들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쏟아졌고, 그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안전보다 깨진 물건을 먼저 챙겨야 하는 현실이 눈앞에 있었다.


그날 이후로 그 장면이 쉽게 떠나지 않는다.

며칠이 지나도 문득문득 떠오르고, 가슴 한편이 서늘해진다. 그날 계단에 흩어졌던 것은 유리 조각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이른 나이에 감당해야 하는 무게, 그리고 그 무게를 아무 말 없이 끌어안고 있던 한 사람의 마음도 함께 흩어져 있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잊혀지질 않고, 마음이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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