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라는 물음

왜?

by 최미정

창밖으로 후드득 비가 떨어졌다. 뿌옇게 채색된 건물과 나무들 사이에 가로지른 철재 난간에 작은 물방울들이 맺혔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이른 아침의 풍경 속에서 어젯밤 전등 불빛 아래에서 남편과 나누었던 대화가 물방울로 갈라져서 물무늬를 만들었다.

“당신은 내 편이었던 적이 있었어?”

뜬금없는 질문에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키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왜? 왜? 라는 의문만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아내가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말하는 건 들어봤지만 남편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이야.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노력에도 작은 틈이 생기는 건 막지 못했구나. 역사책을 펼쳐 읽듯 되짚어 보았지만 어디서부터 줄을 긋고 살펴야 할지 찾기 어려웠다.

나는 한 번도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역으로 남편은 그런 마음을 가졌다니 헉! 무슨 일인가 싶다.

비가 앞다투어 내려서 온 세상을 골고루 적셔도 땅에 닿기 전 빗줄기 사이에도 틈새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틈새도 쌓여서 하나로 모이면 커다란 강이 되는 이치만 믿고 방심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우리 부부도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라는 말로 위로하면서 무심코 흘려보낸 마음들이 있었나 보다.

각자 성향이 다른 사람이 만나서 부대끼고 상처 낸 시간도 있었겠지. 그 상처를 드러내면 또 다른 상처가 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보아 넘기다가 가끔 물방울 터지듯 쏟아 내고 나면 왜? 라는 물음만 남는다. 사람의 관계는 항상 반짝이는 강처럼 흐르기 쉽지 않다. 결국 슬기롭게 극복하는 과정이 남는다.

삶은 왜? 라는 물음으로 점철된 시간의 흐름 같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런 행동을? 내가 왜 그런 마음을 먹게 되었을까? 왜? 의 물음들.

왜? 에 대한 물음을 쏟아지는 빗물에서 찾았다. 쏟아지는 빗물처럼 소소한 마음들이 역행하지 않고 쌓이다 보면 역사가 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충만한 그리움으로 남겠지.

오늘 아침은 창밖으로 하얗게 빗줄기가 쏟아져서 사고 하기에 딱 좋은 아침이다. 이 또한 슬기롭게 극복하는 과정을 예비하게 하는 풍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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