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는 2층교실에서 수업을 마치자마자 1층 신발장으로 부리나케 뛰어내려왔다.
실내화를 벗어던지고 운동화로 갈아 신고는 돌봄 교실로 신나게 뛰어왔다.
'오늘은 일등으로 출석해야지' 마음으로 다짐하고는 돌봄 교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갔다.
'후훗, 오늘 일등이다. 오~ 예 기분 좋다.'
민이 녀석이 어제도 엄마 이야기를 하며 자랑질을 해서 속이 상했다.
민이 엄마는 서울 사람이라 목소리도 예쁘고 너무 상냥하다.
녀석이 엄마한테 애교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민다.
민이가 좋지만 엄마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 호야는 엄마가 보고 싶지만 집에서는 엄마 얘기를 꺼낼 수 없다.
호야가 완전 아기 때에 엄마 아빠가 헤어져서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엄마가 엄청나게 독한 사람이라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지 새끼 두고 떠난 년이라고 꼭 마지막엔 욕을 하신다.
호야는 그런 엄마라도 보고 싶다. 특히 민이가 엄마 얘기 할 때는 더 그렇다.
돌봄 선생님이 손을 내밀며 하이파이브인사를 한다.
"어서 와, 호야!" "일찍 왔네, 칠판에 쓰인 글 보고 그대로 할래?"
호야는 칠판의 글을 읽어 본다.
1. 과일 간식 먹기(책상 닦고 손 씻기)
2. 도서관(책 3권 읽기)
3. 간식 먹기
4. 독서 활동지 하기
5. 특강
그 뒤에도 있지만 호야는 상관이 없다. 왜냐면 3번까지 하고 태권도 학원을 가니까.
간혹 4번까지 갈 때도 있다. 그래도 괜찮은 것 같다. 활동지를 끝내면 과일 맛 나는 젤리를 한 개 먹을 수 있고 선생님께서 칭찬도 해 주시니까.
민이가 돌봄 교실에 왔다. "호야, 내 태권도 가방에 뭐 있는지 보여 줄까?" 민이는 돌봄 선생님께 인사도 안 하고 호야한테 먼저 자랑질을 시작했다.
태권도 학원에서 요즘 간식을 가지고 와서 먹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간식이랑 음료수를 가지고 다닌다.
민이는 어제 엄마가 싸 주신 맛있는 제과점 과자를 자랑하고 싶다.
그 과자는 흔히 상투 모양을 하고 있어서 상투 과자라고 하는데 안에는 달콤한 앙코가 듬뿍 들어 있어서 너무 맛있다.
민이는 호야한테 한참 자랑을 하고 있는데 돌봄 선생님이 빨리 가방에 넣으라고 하신다.
돌봄 선생님은 호야가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고는 혹시 마음이 상할까 봐 빨리 가방에 넣어 두고 학원에 가서 열라고 하셨다.
호야도 이때다 싶게 태권도 가방에서 우유 음료를 꺼내서 돌봄 선생님께 보여 준다.
"선생님, 할머니가 학원에서 먹으라고 우유를 주셨는데 냉장고에 좀 넣어 주세요."
"할머니는 왜 우유를 주시지?"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돌봄 선생님은 호야 눈빛을 보고는 "어머나, 베스킨 ooo에서도 우유가 나오네, 맛있겠다!"라고 하신다. 그제야 민이도 궁금해서 "보자, 보자" 하고는 달려온다.
"나도 엄마한테 사 달래야지." 한다. 호야는 순간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1번 과일 간식을 먹는다. 오늘은 사과 6조각과 포도(샤인머스캣) 3알이다.
맛있다. 호야와 민이는 다 먹고 도서관으로 간다. 30분 동안 책을 읽고 학원 갈 시간이 다가와서 돌봄 교실로 돌아오면서 장난을 친다. 1층 도서관에서 나와 2층 돌봄 교실에 가려고 계단을 올라가던 민이를 호야가 건드려서 민다.
민이는 계단에서 앞으로 고꾸라지며 넘어질 뻔하다가 겨우 중심을 잡았다.
순간 화가 난 민이는 앞서 가던 호야의 등에 가지고 있던 연필로 찌르고 도망간다.
서로 옥신 각신하며 돌봄 교실에 온 둘 중에 호야가 먼저 돌봄 선생님께 씩씩대며 와서는 억울하다는 듯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선생님, 민이가 제 등에 연필로 찔렀어요." 그러자 민이도 지지 않고 이른다.
"아니에요, 호야가 먼저 계단에서 밀어서 제 무릎을 다칠 뻔했어요."
돌봄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니 복도로 나가서 차분히 이야기하자고 하시며 아이 둘을 데리고 복도로 나온다.
둘은 서로 억울하다며 큰소리로 말한다. 선생님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아이들에게 묻는다.
사실 선생님은 안 물어도 다 알고 계신다. 항상 호야가 먼저 건드린다는 것을.
하지만 둘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준다.
어김없이 오늘도 호야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연필로 제 등을 찔렀다고,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듯, 눈이 뻘게지도록 운다. 호야는 안다.
선생님은 내 눈물에 약하다는 사실을. 오늘도 민이는 혼난다.
선생님은 연필로 친구를 찌르는 행동은 아주 위험하고 나쁜 행동이라고, 다시는 그런 행동하면 안 된다고, 호야도 친구를 계단에서 미는 행동은 친구를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선생님께 다짐받는다.
결국엔 서로 악수하고 화해한다. 하지만 둘의 표정은 아직 개운하지가 않다. 학원 갈 시간이 다 되어 가방을 챙기며 호야는 살짝 음흉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순간적으로 선생님의 시야에 잡혔다.
선생님은 생각했다. '저 눈물이 악어의 눈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