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아빠와 아들

by 팡네

한 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에는 학교 전체가 부산스럽고 바빠진다.

학반에서는 아이들의 성적과 행동 발달 상황을 입력해서 가정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돌봄 교실도 학반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오늘 가정으로의 통신문을 마무리해서 내일은 아이들에게 배부해야 하는 돌봄 선생님은 아동들의 가정으로 보낼 문구를 생각하며 한 명씩 아이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모두 귀가시킨 후인지라 돌봄 교실은 조용한 적막감만 맴돌고 냉장고의 냉각기 돌아가는 전자음만 빈 교실에 가득 찼다.

정적을 깨고 전화기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여보세요? OO초 돌봄 교실 전담사 OOO입니다."

" 아, 나 형이 아빠입~니다."라고 웅얼거리며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술 취한 목소리가 틀림없다고 생각헀다. 목소리도 작고 톤도 명확하지 않아 처음에는 쉽게 알아듣지 못했다.

"형이, 현~이 아 빠입니다."라고 다시 천천히 애써가며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돌봄 선생님은 현이 아빠임을 알아차리고 상냥하게 대답했다.

"아, 네, 현이 아버님, 안녕하세요? 근데 무슨 일이신가요?"

"우리 현이 돌봄 교실에서 생활이 어떤지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제가 발음이 좀 어눌한데 술을 먹은 건 아닙니다."

"아, 네, 현이가 그림도 잘 그리고 계산도 빠른 편입니다. 글쓰기도 받침 글자는 조금씩 틀리지만 또래의 아이들이 간혹 하는 실수이니 문제 될 건 없습니다. 단지 자유 놀이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 놉니다.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놀아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잘 안 하네요." 그러자 현이 아빠는

"괜찮습니다. 친구 없이 혼자서 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꼭 친구가 있어야 된다는 건 없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이럴 수가,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이 어떤 친구가 있는지 ,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혹시, 친구와 잘못 지내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 지를 걱정하고 염려하는데 도대체 이건 무슨 반응이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돌봄 선생님은 망치로 머리를 한대 후려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네.. 아버님 그렇지만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도 기르고 또래 관계에서 많은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니 상담도 좀 하고......"

돌봄 교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이 아버님은 불쑥 자기 말을 시작했다.

"그~ 아이들 생활이 어떤지 집으로 보내 주는 거 없습니까?"

" 아, 네. 안 그래도 내일 아동들 편으로 보내 려고 하고 있습니다."

" 예, 알겠습니다. 그럼. 뚜뚜뚜......"

일방적으로 끊어진 수화기에서는 뚜뚜거리는 소리만 돌봄 선생님의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아, 인제 현이에 관한 생활 활동 사항의 내용을 뭐라고 적어야 하나.'

돌봄 선생님은 현이의 웅얼거리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신경 써여서 집중이 안된다고 말하던 다른 아이들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돌봄 선생님은 이럴 때마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며 자책도 하고 자조를 하기도 한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담임 선생님도 계시니 어떻게든 해결하시겠지. 내가 뭐라고, 정규 교사도 아닌데.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최선을 다해서 하자'

돌봄 선생님은 "휴~우" 큰 숨 한번 내뱉은 후 다시금 손가락을 키보드에 올려 뚝딱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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