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도우미

반장 욱이

by 팡네

오늘은 월요일, 돌봄 교실에서 반장과 도우미 선거가 있는 날이다.

욱이는 신나게 돌봄 교실로 향해 냅다 달렸다.

'오늘 꼭 반장이 되고 말 테다. 도우미라도 꼭 되어서 윤이에게 되갚아 줘야지.'

지난주에 녀석이 반장이 되었다고 청소 시간마다 통과시켜주지 않고 골탕을 먹여서 속이 매우 상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지난주의 반장과 도우미들이 일주일간 수고했다고 칭찬 스티커를 한 개씩 주셨다.

욱이는 좋다고 으스대는 윤이 녀석의 얼굴을 보니 또 심사가 뒤틀린다.

사실 반장이나 도우미는 별 차이가 없다. 반장은 선생님 심부름이 추가될 정도이고 스티커는 모두 똑같이 한 개씩 받기 때문이다.

욱이의 웃옷 호주머니에는 멀리 물 건너온 망고 젤리 하나가 꼬물거리고 있다.

학반에서 친구가 가족과 함께 태국 여행을 다녀온 후 반 아이들에게 모두 한 개씩 돌렸는데 욱이는 먹지 않고 아껴 뒀다.

젤리 중에 망고를 제일 좋아하지만 이 망고 젤리는 더 큰일을 위해 남겨 둬야 하는 사명을 뛰고 호주머니에서 납작 엎드려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몇 번이고 먹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침만 삼키고 있었다.

드디어 목표물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국이다.

녀석은 돌봄 교실에서 제일 덩치 크고 식성도 대장이다.

국이는 선생님께 하이파이브 인사를 하고 교실에 들어왔다.

아껴뒀던 망고 젤리를 국이에게 주고 눈짓을 했다.

녀석은 헤벌쭉 웃으며 냅다 받아먹는다.

욱이는 '최소한 두표 확보다'라고 생각하며 망고 젤리를 못 먹은 자신을 위로했다.

선생님께서는 일주일 간 돌봄 교실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친구를 선택하되 자기 자신의 이름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만 친구들은 대부분 모두 자기 이름을 쓴다.

다른 친구 이름을 쓰는 친구는 몇 명 안 된다. 그래서 한 표만 받아도 뽑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친구까지 모두 투표한 후에 개표가 시작되었다.

숨을 죽이고 칠판을 보고 있는데 욱이의 이름이 3표나 나왔다.

" 야호, 내가 반장이다." 욱이는 너무너무 기뻤다.

'국이 녀석 의리는 있단 말이야. 어라, 근데 또 한 표는 누구지?'

욱이는 도무지 누군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누군들 무슨 소용 있으랴'

'일단 내가 일주일간 반장이다'.

'이제 지난주에 윤이 녀석에게 당했던 수모를 되갚아 주리라' 하고 생각하니 망고 젤리에게 절이라도 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윤이가 돌봄 선생님께 할 말이 있다고 앞으로 나갔다. 윤이는 울먹거리며

"선생님,

전에 욱이가 반장 일 때 청소 열심히 잘했는데 쓰레기 또 있다면서 자꾸 시키고 청소 다 했다고 해도 또 시키고 그랬어요."

그러자 욱이는 "내가 언제? 안 그랬어요, 안 그랬어요, "라고 큰 소리로 항변했다.

선생님께서는 윤이에게

"윤이야, 전에는 욱이가 잘 모르고 그랬지만 이번엔 안 그럴 거야. 걱정 마, 선생님이 잘 말할게."라고 말씀하셨다.

돌봄 선생님은 욱이가 반장이 되면 완장 찬 엄석대처럼 군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아이들을 호령하며 일주일간 대장 노릇을 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아이들의 자유 투표에 의해 선출된 이상 일주일은 반장으로서의 역할들을 해야 한다.

선생님은 다시 한번 반장과 도우미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아이들에게 일깨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분, 반장과 도우미는 일주일간 돌봄 교실 친구들에게 지시하고 감시하라고 뽑는 게 아니에요.

도우미라는 말 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친구가 어려운지, 힘든 게 있는지, 잘 살펴보고 도와주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거예요. 알겠어요?" 아이들은 모두 일제히 큰 목소리로 "예" 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욱이는 일주일 동안 반장으로서의 돌봄 교실 생활이 너무너무 즐거울 거라는 것을 알기에 기쁨에 벅차 설레기까지 했다.

선생님은 또 " 오늘부터 반장, 도우미도 그 역할을 잘 못 할 때에는 설사 투표로 뽑혔다 하더라도 그 역할을 중지시켜야겠어요. 왜냐면 우리 친구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돌봄 교실에 있어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고 힘들면 안 되겠지요? 그렇지요?"라고 말씀하셨다.

아이들은 모두 "네, 맞아요."라고 대답했다.

욱이는 평소 답지 않은 선생님의 단호한 말씀에 자신에게 준 한 표의 주인공을 생각했다.

'내가 반장으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한 표를 준 친구가 누굴까?' 곰곰이 생각했다.

이 친구한테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친구들을 돕고 먼저 양보하고 해야지' 또

'제일 좋아하는 망고 젤리도 내가 먹어야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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