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집중력

초등1학년이면서 유치원생입니다.

by 팡네

돌봄 교실에서의 여름, 겨울 방학은 3월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새내기를 맞이하는 것에 버금가는 바쁨이 있는 시기이다.

특히, 여름방학은 1학년 아동들이 돌봄 교실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으로 그 설렘은 아동들을 들뜨게 해서 여러 질문이 쏟아진다.

"선생님, 방학에는 뭐해요? 몇 시에 와요? 점심은 어떻게 해요?" 등등

돌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방학에는 학반에서 방학 과제로 내어 준 과제를 하며, 아침 8시 30분까지 학교에 오고 점심은 외부 업체에서 배달되어 온 음식으로 단체 급식을 할 것이라고 차근차근 대답해 준다.

개인 식수와 개인 수저를 꼭 챙겨 와야 된다는 것도 한번 더 당부한다.

드디어 초등학교에서 맞이하는 첫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첫날이라 일찌감치 출근한 돌봄 선생님은 먼저 교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 후 에어컨과 선풍기를 작동시켜 교실을 시원하게 준비한다.

아이들이 하나, 둘 인사를 하며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먼저 독서를 하고 활동지를 해야 하는데 후는 책도 보는 둥 마는 둥 멍하게 앉아 있다.

후가 계속 생각에 잠긴 듯 멍하게 있는 모습을 본 돌봄 선생님은

"후야, 책 읽어야지. 무슨 내용인지 읽고 나서 선생님한테 알려 줄래?"라고 말씀하셨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후는 책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멍해진다.

후는 자꾸만 멍해지는 자신을 어쩔 수 없다. 받아쓰기 공부도 힘들다.

심지어 삼음절 단어의 한 글자를 겨우 쓰고도 또 생각이 딴 곳으로 도망간다.

돌봄 선생님은 또 후의 이름을 부르며 주의를 주지만 집중하는 순간은 30초도 안 된다.

도무지 학습의 진도가 나가질 않자 돌봄 선생님께서는 아예 옆에서 지켜 서서 30초마다 후의 이름을 불러

달아난 후의 생각주머니를 데려 온다.

이젠 후도 돌봄 선생님께 내심 좀 미안해진다. 하지만 어쩌랴, 마음먹는 대로 되질 않는다.

집중하려고 해도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돼서 손끝을 물어뜯는다.

어느새 손끝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돌봄 선생님은 후의 손끝에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 주며 물었다.

"후야, 많이 힘들었구나. 집중이 잘 안 되니?"

"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자꾸 멍해지고 딴생각을 하게 돼요."

"괜찮아, 조금씩 천천히 해 보자. 점점 좋아질 거야.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부터는 좀 더 열심히 해보자. 힘낼 수 있지?"

"네."

돌봄 교실에서 해야 할 과제들을 마친 아이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지만 후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집으로 가는 후를 보는 돌봄 선생님의 마음도 무겁기는 매 한 가지였다.

돌봄 선생님은 아이들이 하교한 후 교실을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후 어머니에게 아이의 상황을 설명하는 게 나을까? 과연 후의 어머니는 오해 없이 나의 말을 잘 받아들여 주실까?'

'내가 담임도 아닌 데 그냥 눈 질끈 감고 모른 채 할까? '

'힘들어도 1년만, 아니 2년만 버티면 돌봄 교실을 졸업할 텐데 오지랖 떨어서 괜한 부스럼 만들 필요 없지 않나.'

학부모는 자녀들의 이야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심지어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도 수긍하기 힘들어하고 부정하려 한다는 말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듣고 있던 상태였다.

돌봄 선생님은 생각에 꼬리를 물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언젠가 매스컴에서 주의력 결핍이 의심되는 아동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여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정상 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 아동심리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돌봄 선생님은 조심스레 수화기를 들고 후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돌봄 교실입니다."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다름이 아니라 후와 학습을 해 보니 집중력이 부족해서 학습에 좀 어려움을 느낍니다. 오늘은 자신도 힘든지 자꾸 손끝을 물어뜯어서 피까지 났습니다. "

"아, 그래요?"

후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라셨다.

"안 그래도 집에서 받아쓰기 공부를 시켜 보면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괜찮아지겠지 하고 있었어요"

"어머니,

요즘은 병원에서 진료받은 후 상담도 하고 약도 복용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 그래요? 그럼 당장에 내일 병원 진료를 받아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사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참 어려워서 용기 내서 전화드렸습니다.

다행히 어머니께서는 후를 생각하는 열려 있는 마음으로 오해 없이 받아 주시니 제가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선생님, 저도 염려하고 있던 차에 이렇게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 데리고 병원 가야 해서 내일은 돌봄 교실 못 갈 거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 통화를 마친 돌봄 선생님은 순수하고도 너무 말간 후의 눈동자를 떠 올리며 안도의 큰 숨을 "후" 하고 몰아 쉬었다.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후의 어머니께서 돌봄 교실에 전화를 했다.

"선생님, 병원에서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아직 유치원생을 1학년 교실에 앉아 있게 했다네요. 그래서 후가 너무너무 힘들었을 거라고요. 앞으로 상담도하고 약도 복용할 거라서 부탁 말씀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약 복용 후에 달라지는 점이 있는지 잘 좀 살펴보아 주세요."

"네, 어머니, 제가 잘 살펴보고 특이한 점이 있는지 전화드릴 테니 염려 마세요."

"네, 선생님, 부탁드립니다."

"네, 어머니, 알겠습니다."

돌봄 선생님은 아이의 문제점을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어머니가 있는 한 후는

1학년 교실에서 힘들게 앉아 있는 유치원생이 아닌 진정한 1학년으로 다시 태어 날 것이고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말간 눈동자가 아닌 더욱더 눈 부시게 빛나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지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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