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돌봄 교실에서 매주 수요일은 활동으로 속담 활동지 학습을 한다.
활동지 반절에는 속담에 관계되는 그림이 있고 나머지 반절은 흐린 글씨체로 속담이 글로 적혀 있어서 아이들은 그림에 색칠을 하고 흐린 글씨는 연필로 진하게 따라 써 보는 활동지이다.
오늘 배울 속담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느낌으로 고래와 새우의 그림에 색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속담의 뜻을 파악한다.
돌봄 선생님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의 속담의 뜻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을 했다.
"여러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라는 속담은 활동지 그림에서 보듯이 힘세고 덩치 큰 고래끼리 싸우면 옆에 있던 작고 힘없는 새우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에요."
"내가 힘이 세다고 힘자랑해서 주위에 피해를 주면 될까요?"
"아니요."
"주위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면 안 되겠지요?"
"네"
"자, 활동지 완성한 친구들은 선생님께 보여 주세요."
한 명씩 차례대로 검사를 받고 있는 중에 수도 활동지를 가지고 와서는 보여 주었다.
수는 2학년이지만 학습이 좀 느리고 말투도 어눌하여 의사소통에 좀 어려움을 겪는 아이이다.
1학년때 돌봄 교실에 처음 입실 했을 때는 돌봄 선생님도 수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여 난감한 적이 많았다.
아이가 원하는 바를 빨리 인지하지 못해서 돌봄 선생님도 수도 서로가 많이 답답해했고 그럴 때마다 돌봄 선생님은 수에게 한 글자씩 천천히 말해 보라고 부탁했다.
1년을 그렇게 서로 노력한 결과 이제 수의 어눌한 말도 완벽하게 캐치할 수 있었고 다른 아이들에게 통역? 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1년을 지내오면서 수의 발음도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이들과 완벽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잘 어울리지는 못하고 있었고 물 위의 기름처럼 녹아들지 못해 겉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수의 활동지를 보니 그림에는 제대로 색칠을 했는데 흐린 글씨를 따라 쓰는 부분이 빠져 있었다.
돌봄 선생님은 수에게
"수야, 여기 글씨도 적어 와야지."하고 말씀하셨다.
자리로 돌아간 후는 한참을 생각하며 고민하다가 연필 쥔 손에 힘을 주고는 또박또박 한 글자씩 쓰기 시작했다.
<다 죽는다>
수는 활동지를 손에 쥐고 와서 수줍게 선생님께 보여 드렸다.
활동지에 적힌 수의 글을 본 돌봄 선생님은 웃음이 빵 터졌고 영문을 모르는 수는 겸연쩍게 실 웃었다.
돌봄 선생님은 아이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면 그래 맞아, 다~ 죽는다. 다 ~ 죽지. 수야 말이 맞네. 하하핳~"
그러자 돌봄 교실 전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아이들도 배를 잡고 웃었고 잠시 어리둥절하던 수도 멋쩍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당당한 걸음으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돌봄 선생님은 수의 기발한 글에 감동한 아이들이 수에게 한 발짝 더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모두 발맞추어 걸을 날도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