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 장례식

무덤을 만든 아이

by 팡네

희야는 2교시 수업을 마치고 중간 놀이 시간에 놀이터로 놀러 나왔다.

모래로 집도 만들고 기어 다니는 개미도 관찰하며 놀고 있던 희야는 목이 말라서 놀이터

벤치에 두고 왔던 물통을 가지러 갔다.

거기에는 털이 북실북실 수북하고 색은 푸르스름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송충이가 틀림없어 보였다.

그 송충이는 움직임도 없었고 배는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송충이를 자세히 관찰하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갔더니 배에 노란 것이 묻어 있었다.

'저게 뭘까? 송충이가 똥을 싸고 닦지 않은 걸까?'

'내가 닦아 줘야겠는걸'

마침 오늘 아침에 코감기로 코를 훌쩍이는 희야에게 작은 휴지 한 통을 넣어 주시며 콧물이 나올 때마다 사용하라던 엄마의 말이 떠 올라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다행히 휴지가 손에 잡혔다.

휴지 하나를 꺼내 들고 송충이 배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그런데 송충이가 아무 움직임도 없이 축 늘어지는 게 아닌가.

그 노란 것은 똥이 아니라 내장이었고 푸른 털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도드라져 보였다.

똥이 아닌 내장이라고 생각하니 고통스럽게 죽어 간 송충이의 아픔이 희야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쩌다가 저렇게 죽었을까?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희야는 불쌍한 송충이를 위해 장례를 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돌봄 선생님께서 [청개구리 동화책]을 읽어 주셨는데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든 생명 있는 생물체는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는데 장례를 잘 치러줘야 다시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동화책 내용은 엄마 말 안 듣고 항상 거꾸로만 하던 아이 청개구리가 있었는데 엄마 개구리가 죽으면서 아이 청개구리가 또 거꾸로 할 것이라 생각하여 엄마가 죽으면 무덤을 개울가에 만들라고 했다.

그러면 아이 청개구리가 양지바른 곳에 만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 청개구리는 엄마개구리가 죽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번에는 거꾸로 하지 않고 엄마 말대로 개울가에 무덤을 만들었다. 그래서 비만 오면 엄마 무덤이 떠내려 갈까 봐 목 놓아 우는 거라고 했다.

희야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비 오는 날이면 엄마 무덤을 껴안고 우는 청개구리가 종종 생각나서 마음이 아렸다.


희야는 송충이의 무덤도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일단은 개울가는 아니니 다행이었고 흙이 있는 곳을 찾아보았지만 학교 놀이터에는 모래뿐이었다.

아이들이 잘 오지 않는 놀이터와 화단의 경계자리에서 손으로 모래를 파서 구덩이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모르고 발로 밟아 무덤이 망가지지 않도록 놀이터 끄트머리에 무덤을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 만들면 아이들이 발로 밟지 않겠지.'

휴지로 조심스럽게 송충이를 감싼 후 파인 구덩이에 송충이를 넣었다.

그런 후에 바라 보니 송충이가 너무 외로울 것 같았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는데......'

희야가 손으로 구덩이를 팔 때 파헤쳐진 모래 사이에서 죽은 개미 한 마리가 보였다.

'저 개미도 어떤 친구가 묻어 준 걸까?'

'그럼 다시 송충이랑 개미랑 묻어 주면 외롭지도 않고 서로 친구 하면서 하늘나라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겠지?'

희야는 개미도 휴지로 곱게 싸고서 송충이 옆에 묻어 주고는 모래를 덮어서 무덤을 완성했다.


중간 놀이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큰일이네, 하늘나라에서 먹을 수 있도록 간식도 넣어줘야 하는데 깜빡했네'

'시간은 없고 이제 교실에 가야만 하는데, 어쩌지?'

그래도 이젠 외롭지 않을 송충이와 개미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친구랑 재미있고 행복하게 잘 지내'

희야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손을 털고 일어나서 교실로 향해 발걸음 가볍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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