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체험 학습
내일은 1, 2학년 각 학반에서 현장 체험 학습을 가는 날이다.
1학년은 인근 지역에 버스를 타고 고구마밭에 가고, 2학년도 치즈 만들기 체험 후에 피자를 만든다.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에는 짝이 필요하므로 제각각 짝을 정하느라 분주하다.
학반 수업을 마친 1학년 윤이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어깨를 축 늘어 뜨린 채 돌봄 교실에 들어왔다.
윤이의 모습을 본 돌봄 선생님은 일부러 한 옥타브 올린 경쾌한 목소리로
"윤이야, 안녕. 사랑합니다."라고 한 손을 위로 올려 하이파이브 제스처를 해 본다.
"사랑합니다." 마지못해 인사를 하는 윤이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선생님, 저는 현장체험학습 가기 싫어요."라고 말했다.
"아, 그래? 왜에~? 무슨 일 있니?"
"버스에서 같이 앉을 짝이 없어요. 담임선생님은 함께 앉고 싶은 사람과 앉아도 된다고 하는데 아무도 나한테 같이 앉자고 하는 친구가 없어요.""
"아, 그렇구나, 그러면 윤이가 먼저 친구에게 짝하자고 하면 안 될까?"
"벌써 짝지 정했다고 안 된대요."
돌봄 선생님은 풀 죽은 윤이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편이 아려 왔다.
돌봄 선생님은 "윤이야, 윤이가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 보면 어떨까? 친구에게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싫어하는 게 있는지, 윤이가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니 친구도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는지 등등 을 물어보고 먼저 다가가 보는 건 어때?"라고 말하자 윤이는 "선생님, 제가 그렇게 해 보려고 해도 잘 안 돼요. 친구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요."라고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그럼, 일단 내일은 담임선생님께 짝을 못 정했다고 말씀드리고 도와 달라고 하면 어떨까?"하고 선생님이 말하자 윤이는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돌봄 선생님은 당장 내일의 현장체험학습에서 마음 상할 윤이를 떠올리니 안 그래도 작은 체구의 윤이가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윤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돌봄 교실에 출석했던 첫날,
아이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했는데 윤이도 차례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자 윤이를 보고 한 아이가 큰소리로 말했다.
"에게, 왜 저렇게 작아? 1학년 맞아요? 유치원생이네."
마음 상한 윤이는"아니거든, 나 1학년 맞거든, 씨이~."
그러고는 이어서 자신 없는 작은 목소리로
"저는 1학년 1반 윤입니다."라고 소개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돌봄 선생님은
"그래 윤이야, 반가워. 1년 동안 잘 지내보자."라고 하셨고
아이들에게도 "반가워, 윤이야"라고 합창하게 했다.
그러고는 돌봄 교실 아이들에게 말씀하셨다.
"친구의 겉모습을 보고 놀리듯이 말하면 친구가 맘이 속상하겠지요?
친구가 나 보다 작을 수도, 클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과 친구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다 다를 수도 있어요.
우리는 모두 똑같을 수도 없고 , 다 다를 수도 있어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되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아이들은 일제히 "예"하고 대답하지만 윤이의 풀 죽은 모습이 이내 풀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윤이는 돌봄 교실에서도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 없이 주로 혼자서 자동차 그림을 그리거나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를 그리는 활동에 몰두하곤 했다.
윤이의 그림은 매우 정교하고 세심하게 그려져 있었고 항상 선생님께 보여 주며 덧붙이는 그림 설명을 했다.
" 이 자동차 창에는 무지개가 있어요. 언제든지 무지개를 볼 수 있어요."
국기도 나름대로 창작 작품을 가져와서 "선생님, 이 국기는 어느 나라 국기일까요?"라고 문제를 내기 일쑤여서 (주로 영연방의 어느 나라 국기들과 비슷하게 생김) 돌봄 선생님은 혹시 자신이 미처 모르는 국기일 수 있겠다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존재하지 않는 국기임을 확인한 후 "아, 잘 모르겠네, 어느 나라 국기야?" 하고 되묻곤 했다.
그러면 윤이는 빙그레 웃으며 "사실 이건 제가 생각해서 그린 거예요" 하고 씩 웃었다.
돌봄 선생님은 윤이가 자동차나 국기 그림을 그려 올 때 항상 모든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 주며 소개를 했고 그때마다 아이들은"우와, 윤이 그림 잘 그렸다!!"하고 환호했다. 그럴 때마다 윤이의 작은 어깨는 으쓱 올라갔고 이제 돌봄 교실에서 윤이는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로 통했으며 미래의 화가 윤이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다음날 아이들은 저마다 비닐봉지 한가득 고구마를 캐서 담아 왔고
다행히 윤이는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짝을 정하여 체험학습을 잘 다녀온 듯했다.
윤이가 들고 있는 커다란 비닐봉지 안에는 흙 묻은 고구마들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우와, 윤이 고구마 많이 캤구나! 재미있었니?"라고 돌봄 선생님이 묻자
윤이는"네,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 고구마로 밥도 해 먹고 튀김도 하고 맛탕도 만들어 먹을 거예요"
"무겁지 않니? 무거우면 몇 개 빼서 선생님 줄 수 있어?"라고 말하자
윤이는 "아니요, 하나도 안 무거워요. 다 들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밝고 환하게 웃는 윤이의 웃음 등 뒤로 무지개가 활짝 피어났다.
돌봄 선생님은 다치지 않은 윤이의 마음에 안도했고 앞으로는 윤이가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이 그러하듯 현장체험학습의 날을 즐거운 날로, 기대하고 기다리는 날로 쌓여 가기를 빌어 보았다.